매일신문

사설-무장공비의 침투

비무장지대인 임진강하류에서 무장공비 한명이 침투하려다 사살된 것은 남북대치의 냉엄한 분단현실을 재인식시켜준 사건이었다. 동서 냉전종식이후북한도 어쩔수 없이 개방과 개혁의 물결을 탈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속에서남북화해와 경제지원등 협력방안을 모색해온 우리에겐 새로운 경종과 각오를갖게 해준 놀라운 사건이었다.북한군이 비무장지대를 통과 우리쪽으로 침투하다 사살된 일은 전에는 흔했지만 최근에는 92년5월이후 처음으로 실로 3년5개월만이다. 남북간에는 이렇다할 구체적 합의는 없었어도 지난해 10월 북·미간 핵협상타결, 지난6월경수로지원 합의, 15만t의 무상 쌀지원등이 이뤄져 내부적으로 화해무드가무르익어 가는듯 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은 노동당 창건 50돌인 지난10일을 전후해 강경파들이 대거 승진과 더불어 득세를 하더니 그들의 강경한 지도력 과시를 위해 그동안잠잠했던 대남도발을 기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과 몇년동안 누적돼온 경제난에도불구하고 앞으로 국가주석직에 오를 김정일의 강경이미지를 북한주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동당 창건기념일엔 대규모 군사퍼레이드와 1백만명이 참여하는 군중집회를 열었다. 이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될 대목인 것 같다.

이번 사건으로 보아 북한의 대남적화야욕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한반도의 '붉은 통일'정책에 기초하고 있음을 훤히 알수 있다. 북한은 남북기본합의서를 스스로 백지화했으며우리의 집요한 대화요구를 기피하는 것도 그들의 적화통일전략이 변경될 수없음을 간접으로 시사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북·미간 협상을 토대로 경수로를 지원하고 또 무상으로 쌀을 주고 나아가서 수해지원방안까지 검토하는등 너무나 인도주의적이자낭만적인 시각으로 북한을 대해 왔다. 그러니까 잠재하고 있는 남북긴장상황은 까맣게 잊고 기업들의 북한진출과 원활한 경제협력등 모든 것을 좋은 방향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쌀을 받으면서도 선원을 억류하고 인공기를 게양토록 했으며 끝내 우성호 선원은 돌려보내지 않았다. 북한은 끊임없이 우리를 향해 빈손을 내밀면서도 대남비방은 조금도 볼륨을 줄이지 않았다.

이제 우리정부는 북한의 실체를 보고 느껴야 한다. 절대로 인도주의·합리주의·낭만주의식으로 그들을 이해하거나설득하려 해선 안된다. 그리고 성급하게 통일을 기대해서도 안되며 남북왕래 자유교류의 꿈도 지나치게 앞당겨 꾸어서도 안된다. 북한은 미끼속에 감춰져 있는 낚시바늘이며 털로 덮여있는 예리한 발톱을 가지고 있는 야만적 집단이다. 그들의 군사력과 남쪽으로 전진배치되어 있는 총구와 포문이 이를 증명한다. 대북대응태세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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