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비자금 4백85억 직접 조성

**이현우씨 진술…돈 건넨 기업주도 조사**6공 비자금에 대한 전면 수사를 벌이고 있는 대검 중수부(안강민검사장)는23일 전 청와대 경호실장 이현우씨(57)를 소환 조사한 결과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의 차명계좌에 예치된 자금은 모두 4백85억원이며 이돈은 노태우 전대통령이 재임시 직접 조성한 정치비자금인 사실을 밝혀냈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지난 88년 2월 경호실장에 임명된 뒤 통치자금을관리해왔으며 노 대통령이 수표를 건네주면 이를 예치했다가 필요할 때 인출하는 역할만 했을 뿐 비자금의 조성 경위 및 사용처는 전혀 알 수 없다"고진술했다.

이씨는 또 "92년 11월부터 노 전대통령 퇴임 직전인 93년 2월까지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1백45억, 1백30억, 1백10억, 1백억원씩이 입금된 4개 통장에 '이호경'이란 가명으로 총 4백85억원을 예치시켜 놓았다"면서 "그러나 92년 11월 이전에는 어떤 은행에 예치시켜 놓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돈 가운데 1백20억8천만원은 금융실명제 실시 직전까지 인출해사용했으며 현재 잔액은 3백64억2천만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와함께 신한은행에 정치 비자금을 집중 예치시킨 배경에 대해 "당시 자금관리 실무 역할을 맡았던 청와대 경호실 경리과장 이태진씨(예비역중령)가 직접 은행 관계자들과 접촉해 이뤄진 것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을 알수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태진씨가 조만간 검찰에 출두키로 통보해 옴에 따라 이씨를 상대로 정확한 비자금의 규모 및 신한은행외에 다른 은행에 자금을 예치시킨 사실이 있는지 여부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정확한 자금 조성 경위 파악을 위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사가불가피하다는 판단아래 노 전 대통령의 조사 시기 및 방법 등을 검토중이다.검찰 고위 관계자는 "통장·예금 계좌에 대한 추적을 먼저 한 뒤 계좌추적결과 나타난 자금 조성 경위 및 입출금 방법 등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벌일 것"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인 조사방법이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자금 조성경위 파악을 위해 청와대에 돈을 건넨 기업주들에 대한조사도 아울러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밖에 신한은행 본점 전산부와 상업은행 본점 전산부 등에 대한계좌추적 결과 상업은행 효자동 지점과 동화은행의 연결 부분이 불거져 나올경우, 이들은행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이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전 7시께 신한은행 나응찬행장(57)을 전격 소환, 조사를 벌인뒤 1시간여 만에 귀가조치했다.

나행장은 검찰에서 "지난 92년 11월께 청와대 경호실 이과장이 집무실로찾아와 '청와대 돈을 이 은행에 예치시키고 싶다'고 말해 당시 영업담당 상무였던 홍영우씨를 소개시켜줬다"며 차명계좌의 전주가 누구였는지를 사전에알고 있었음을 시인했다.

나행장은 그러나 "이 과장이 직접 찾아와 부탁을 했을 뿐 이현우씨나 다른고위층의 부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