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단 사용 피해 년 2천억$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윈도 95', 워너 브러더즈사의 '007 골든 아이', 리바이 스트로스사 특유의 청바지 상표 '리바이스', 사이클런사의 '재댁신'.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상품들이다.컴퓨터 소프트웨어, 할리우드 영화, 유명 브랜드, 생명공학 의약품 등 이들의 공통점은 '창조적 아이디어'의 산물이라는 점. 동시에 복제나 위조가매우 쉽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아태지역법률담당책임자 알릭스 팔로어 그라이스씨는 "중국에서는 '윈도 95'가 정식으로 시판되기도 전에 이미 불법복제된 소프트웨어가 대량으로 판매됐다"고 말한다.

MGM사의 에인 콜리 부회장은 "러시아에서는 영화 '쇼걸'이 미국에서 개봉되기도 전에 레이저디스크로 제작돼 시중에 나돌았다"고 주장한다.리바이 스트로스사의 상표관리팀장 메리 메일러씨는 "서울 이태원 거리에는 '리바이스'고유의 상표디자인을 한치틀림없이 그대로 모방한 가짜리바이스 청바지가 싼 값에 팔리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경제의 장래가 달렸다는 이들 지식산업의 제품들을 지키기 위해 미국이 정부나 기업 할 것 없이 온통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미국의 지적재산권위원회(IPC)는 지적재산권 침해에 의해 미국기업들이 입고 있는 재산피해가 매년 2천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미국의 상용 소프트웨어 보호단체인 BSA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해외에서의 불법복제로 말미암아 세계적으로 매년 1백52억달러의 손해를 입고 있다고 내세운다. 이는 지금까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반이 판매된 매출액 총액의 15배에 달하며, 시간으로 계산했을 때는 1초에 4백82달러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된 강력한 압력단체 가운데 하나인 IPC의자크 골린 회장은 "불법복제와 위조행위는 살인범이나 마약범죄와는 달리 국민의 소득과 직업, 그리고 국가의 조세수입을 훔치는 행위"라고 비난한다.이같은 아우성 속에 미국은 세계시장에서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방지하기위한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미국이 지난86년부터 93년까지 계속됐던 다자간 무역협상 '우루과이 라운드(UR)'에서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력히 외치며UR협정 속에 지적재산권 보호규정을 포함시키도록 압력을 가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그 결과 채택된 것이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관련 조항이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대해 국내법률을 TRIPs의 기준에 맞게 개정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두개의 날을 가진 칼을 휘두르고 있다. 하나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TRIPs의 기준에 맞도록 상대국의 법률을 개정토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매년 한차례씩 이른바 '스페셜301조'에 근거, 지적재산권 침해 혐의가 있는 국가에 대해 연례보고서를 작성함으로써 개선 여지가 없을 때는 무차별 무역보복을 퍼붓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불법 복제나 위조를 방지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이를제도적으로 틀어막는 법적 장치나 압력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법복제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경우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시피 하는 마이크로 소프트사도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기술 개발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실정.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기업법률담당 매니저 메건 보우먼씨는 "만일 지적재산권 보호장치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있을 수 없었다"고말하면서도 "복제 방지를 위한 특별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같은 것은없다"고 밝힌다.

미국이 저작권과 관련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영화산업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워너브러더즈 영화사의 닐스 먼탠 부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복제방지 기술을 개발중이나 아직 기술 개발로 불법복제를 막을 길은 없다"며 "복제방지를위한 기술개발보다는 법적장치를마련하는 것이 경비도 적게 들고 효과적이다"고 솔직히 말한다.

미영화협회(MPAA)의 그레그 괴크너 부회장의 말도 비슷하다. 그는 미국영화산업의 중요한 수입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케이블TV를 예로 들면서 "케이블TV 시청을 위한디코더장치에 수천달러 상당의 복제방지 장치를 내장한다면케이블TV사업이 시장성이 있겠는가"며 "일부에서 '매크로비전'과 같은 비디오 복제방지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국제협약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어 복제방지 기술개발은 필요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힌다.기술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GM사의 부회장 에인 콜리씨는 "영화관에서 캠코더를 받쳐놓고 영화를 그대로 촬영해복사본을 찍어대는데 이것을 무슨 방법으로 막겠느냐"며 한술 더떠 "불법복제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무거운 형사처벌을 가하는 길 뿐"이라고 강조한다.그러나 컴퓨터시대에 저작권을 지키려는 기술적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진을 전자적으로 처리, 그 전자데이터정보에 대해 판권을 소유하고 이를다른 매체나 기업에 판매하는 전문회사인 코비스사는 '워터 마킹 프로텍션'이란 기술을 개발했다.

인터넷을 이용해 코비스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한 다음 코비스사가 제공하는전자영상 이미지를 꺼내보면 정밀한 사진 위에 이 회사의 상표인 물이 소용돌이 치는 듯한문양이 겹쳐 보인다. 이때 마우스의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키보드 위의 컨트롤키를 동시에 누르면 이 '워터 마킹'이 사라져 깨끗한 사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진을 컴퓨터로 다운로드하는 경우 이 '워터마킹'이 그대로 겹쳐져 이 데이터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있다.

어쨌든 미국의 해답은 복제방지 기술 개발과 이를 풀어내는 해독기술의 등장이라는 끝없는 소모전보다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외국시장에 대해강력한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WTO협정상 선진국은 내년 7월을 기해 TRIPs가 적용되며 개발도상국의 경우 오는 2000년부터 이의 적용을 받도록 돼 있다.

IPC 골린 회장은 "내년 7월부터 미국은 TRIPs에 근거한 WTO의 분쟁해결절차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LA·샌프란시스코·시애틀 공훈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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