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世風

"臺北.서울.北京"

중산층의 對韓 시각중국군의 제3차 군사훈련이 대만령인 馬祖島에서 불과 10해리 떨어진 平潭島근해에서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22일의 일이다. 臺北에서 만난 한 기자는 중국이 대만을 치겠습니까? 라며 마치 남의 말하듯 느물거리기까지 했다. 馬祖列島의 주민은 대만본섬으로 대피시킬만큼 사정이 심각하지않으냐는 물음에 아마 중국이 그동안 개발해 둔 무기의 성능 테스트를 하는걸 게요. 제대로 잘터지는지 입증이 돼야 외국 사람이 사 갈것 아닙니까

馬祖島행 18인승 비행기를 타기위해 松山공항의 데스크에는 현지 주민, 외국기자들이 연일 몰려들었다. 기자들때문에 표사기가 어려워진 한 중년여성은 기자들에게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馬祖島에 포소리가 처음 났나, 50년이 다 돼가. 기자들이 멋대로 쓰는 바람에(髓便亂寫) 장사도 안 되고… 이젠 南韓기자까지 몰려드니…

대체로 중국군 훈련을 보는 중산층 대만인들의 시각은 이처럼 비슷했다.

특별히 관리해야 할 재산을 지닌 기득권층에서 처음에 달러와 금을 사지못해 소동을 빚었던 것은극히 일부였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그러나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南韓기자… 운운이다.92년8월, 한국정부가 단교선언을 한 이후 현지의 악화된 對韓정서를 가늠해서 찬사는 애초부터기대도 안했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처지를 보도하러 온 한국기자들에게 이런 말 대접은 실로 뜻밖이었다.

대만홀대와 國益

문제는 이같은 시정의 아낙들 차원의 對韓감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외교부는 부임한지 2주일이나 된 한국대표부 대표의 접견조차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이다. 언론은 예외없이 南韓으로호칭하고 기분 나쁠땐 南朝鮮으로까지 표기한다. 95년 한해동안 한국은 대만에 18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함으로써 대만으로선 한국이 세번째의 무역적자 대상국이다.

李登輝총통이 이미 95년에 對韓무역적자폭의 감소 방안을 지시하는등 관계 재정립을 위한 계기가주어지고 있음에도 우리 외교의 턱없는 오만때문인지, 아니면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한 비굴함때문인지 아무튼 臺北에서의 한국, 한국인의 위치는 아직까지 단교상태 그대로다.光復南路의 깔끔하고 맵시있었던 이전의 대사관 건물은 깨진 유리 그대로 유령의 집이 돼있고 한국교민들의 어깨는 힘이 빠져 있다. 臺北과 단교하고 北京과 수교한 나라가 어디 한국뿐일까만다른 동남아국가들과 달리 우리는 유난히 중국만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의 느낌이다.중국은 자국과 수교한 어떤 나라도 대만과 정부 차원의 공식접촉을 제외하면 어떠한 관계 설정에도 내정 불간섭 입장이다. 오히려 중국인들의 일반적인 정서로 볼때 대만을 눈에띄게 홀대하는나라들에게 말할 수 없는 섭섭한 마음마저 가질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북경의 중국정부는 하나의 중국 이란 원칙만 충족된다면 대만은 어디까지나 작은 집 으로 인식한다. 중국에는 무엇이든 베풀지 못해 안달을 하는 모습과 대만에는 철저하게 무시일변도로 나가는 것이 균형감각과 자존심을 제대로 갖춘 정부가 취할 외교 패턴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中일변도 벗어나야

한해에 무역적자를 1백억달러씩이나 내는 나라가 20억달러에 가까운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나라와의 관계가 이런식이라면 장삿속으로라도 설명이 안된다.

일본이란 나라는 71년, 대만과 단교를 선언하는 한편에는 중의원 친대만파의원등으로 대만방문단을 구성, 蔣介石공항에서부터 臺北중심가까지 차량 시위를 하면서 짐짓 자국정부를 성토한 적이있다. 교활함을 보이란 얘기가 아니다. 한 나라 정부의 외교라면 깊이도 있고 전술, 전략도 갖춰야 할 것같다.

〈本社 論說委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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