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가끔 바다를 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바다는 막상 너무 크고간명해서 우리의 애틋한 시선을 오래 붙잡아주지 않는다. 한개의 선(수평선)과두개의 색상(물빛과 하늘)이 바다가 만드는 구도의 전부다. 그 단순한 구도 때문에 바다는 우리의 시선을 수면위로 미끄러트려 황급히 원래 위치인 우리에게되돌려준다. 그렇게 우리에게 되돌아온 시선은 우리 마음속 언저리를 맴돌다가끝내는 우리의 꿈과 상상과 생각으로 재생된다. 그래서 누군가가 바다를 보고싶다고 하는 것은, 방해받지 않는 곳에 시선을 둔채 잠시나마 꿈과 상상속에 도망치고 싶다는 뜻과 같다. 그 가없는 크기와 침묵으로 바다는 우리를 우주의끝에 서게 하고,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작음과 덧없음에 대해 불현듯 겸허한깨우침과 따뜻한 뉘우침에 젖어들게 한다. 바다가 우리 사이에 노스탤지어로노래되는 것은 그곳이 우리가 장차 돌아가 소멸될 곳이기 때문이다.
한 線과 두 색상의 구도
멀리 가지 않고도 쉽게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이 땅에 사는 나는 대단히 행복하다. 나는 낚시를 통해 바다를 처음 배웠다. 캄캄한 무쇠빛 물속에서 비싼 생선이 산채로 건져지는 재미에 나는 남녘의 여러 바다를 열심히 뒤지고 다녔다.그러나 낚시가 번번이 내 예상을 빗나가고, 그것이 바로 낚시의 또다른 재미임을 알고부터 무쇠빛 무심한 바다가 비로소 내게 남색과 녹두색과 때로는 곱디고운 옥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가 수천년을 핥아만든 궁전 모양의 작은섬들과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외진 갯가의 장엄한 벼랑바위들이 내 눈에 아름답고 경건하게 보인 것도 그 무렵이다. 그러나 내가 정작 바다와 가까워진 것은, 바다를 삶터로 하여 씩씩하게 살아가는 갯가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다.그들은 이승과 저승사이에 한 치 두께의 판자때기 한장을 두고 사는 용감한 사람들이다. 우리의 밥상에 매일 오르는 곤쟁이젓과 간갈치 한 토막이 바로 그용감한 사람들이 저승을 곁에 두고 거둬들인 산물이다. 그러나 이 용감한 사람들이 어렵게 가꾸어온 우리바다가 여름도 채 되기전인 이 5월에 벌써 적조 발생의 비보를 전하고 있다.
모든 생물의 共有자산
바다는 그 큰 몸둥이에 걸맞게 우리에게 좀체로 자신의 자잘한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요몇해 사이에 가까운 우리 연안 바다가 심한 병에 들어 몹시 앓고있는 것을 알고있다. 그 넉넉한 품과 다양한 물흐름과 티없이 맑은 물빛 때문에 우리의 삼면 바다는 오랫동안 참으로 인심 후한 풍요의 바다였다. 낚시를 배운 내 나이 30대 무렵 어디서나 지천으로 잡혀 귀찮기만 하던 놀래미는 요즘은 하루에 겨우 두 세마리가 큰 행운으로 건져올려진다. 사람들의이기적인 짓거리가 바다를 물고기 없는 텅 빈 물마당으로 만든 때문이다. 바다는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의 공유 자산이다. 개인은 물론 어느 대기업도 국가조차도 바다에 대해서는 형질 변경의 권리가 없다. 개발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거침없이 자행되는 매립이나 간척사업 따위들이 우리 연안 조류의 흐름을막아 바다를 질식시켜 죽은 바다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더욱 기막힌 것은 얼마전에 우리를 놀라게한 대형 유조선 시 프린스호의 좌초 같은 참사다. 악천후가 빚은 어쩔수없는 재난이라고 행여라도 우리는 그 참사를 마음속으로 용서할지 모른다. 그러나 악천후를 포함하여 몇백분의 일의 위험의 확률까지도 우리는 참사의 가능성을 면밀하게 계산하여 미리 사고를 예방하거나 대비했어야 마땅하다.
이기적 짓거리에 경고
설마하는 습관화된 방심과 눈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챙기려다가 그 수천배의손실을 당하는 어리석은 짓거리가 유조선 시 프린스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경고이자 교훈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내 재미의 절반은 바다에 있다. 벌써 생긴 진해만의 적조는그래서 내 사는 재미의 절반을 앗아간 셈이다. 죽어가는 우리의 바다를 보는것은 노엽고도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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