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의원 白明姬씨의 반지

슬픔은 때로 우리를 강인하게 만드는 약이 되기도 한다. 대구시의회 白明姬의원(57.수원약국대표)에게도 그같은 슬픈 추억이 있다. 어머니의 반지에 얽힌 기억들….

그의 어머니는 8남매의 맏이에게 시집와 도시락만도 매일같이 10여개씩 싸야하는 고단한 삶을 살았다. 어머니는 겨우 45세때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셨다. 그가 여고 1학년때였다. 여고 3년생이었던 언니와 함께 남산동의 학교에서칠성동 집까지 정신없이 울며 달려왔다. 이미 싸늘해진 어머니의 손을 부여잡았을때 문득 구리반지가 만져졌다.

평생 일만 하셨던 어머닌 은가락지는 귀하다며 장롱깊숙이 넣어두고 늘 구리반지만 끼셨지요. 보기흉하다고, 그만 빼버리라고, 늘 타박주었던 바로 그 반지가 제게 뭔가를 말해주는듯 했어요

어머니의 체취가 밴 반지를 간직하기로 했다. 엄마없는 아이라서… 라는 소리는 결코 듣지 않으리라 다짐도 했다. 행동거지는 반듯하게, 공부도 더욱 열심히했다.

그 슬픔속에 빠졌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거예요. 이만큼 살아온것도 어쩌면 어머니의 반지를 보며 그때그때 나를 추스린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의 구리반지는 애석하게도 몇년전 다른 것들에 휩쓸려 도난당하고 말았다. 대신 언니와 한짝씩 나눠가졌던 투박한 은가락지와 한귀퉁이가 닳은 은수저를 지금껏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白의원은 슬픔도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감사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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