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일반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해온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 전에는 소설장르에 의해 밀려났는데,오늘날에는 영상예술에 의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가 소설이나 영상예술보다 접하고 즐기기 어렵기 때문에 일어났다. 그런데 막상시가 소설이나 영상예술보다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 내용이나 사상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전달되는 방법 때문이다.
종래까지 근대시는 일반 독자들이 즐기기엔 난해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더군다나 50년대후반부터 수용된 미국 신비평의 영향으로 시는 애매하고 복잡한 구조를 지닐수록 좋은 시 로 평가받아왔다. 과도한 논리적 비약, 고도의 비유와 이미지의 중첩등이 훌륭한 미학적 자질로 여겨져 왔다.그런데 오늘날 영향력 있는 젊은 시인들은 그러한 낡은 시학을 거부하고 있다. 예컨대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의 최영미나 세기말 블루스 의 신현림등이 그러하다. 이들의 시는 단순구조를 지향한다. 복잡한 미학적 장치(옷)를 입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여 시인의 인격과 호흡이 그대로 독자에게 실감나게 전달된다.
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가치체계가 혼란되어 있는 시대에는 그 복잡성을 반영하는 난해시도 여전히 생산되지만, 그러한 것에 대한 심리적 미적 대응으로서의 단순한 시가 또한 각광받고 있다.시의 수사는 바로 시인의 무기이다. 자신의 진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독자의 가슴을 열게하는전략과 전술이다. 수사는 바로 상대방을 설복시키기 위한 언어적 장치인 것이다.오늘날과 같이 복잡하고 혼돈스런 시대, 자신의 마음을 쉽게 열어놓지 못하는 시대, 그 닫혀진 마음을 열어놓게 하려면, 마음에 질서를 주려면 복잡하고 애매한 무기보다는 단순하고 투박하며 원시적이기까지 한 무기가 훨씬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시인.대구대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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