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얼룩진 추석연휴
성수대교 붕괴 참사가 났을때 우려섞인 목소리로, 그러나 두고 보라는듯 단정조로 말하는이가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연이어 이런 대형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그동안 날림으로 지어온 건물과 교량이 이제 웬만큼 나이도 먹고 슬슬 주저앉을 시기가 되었다. 뿌린대로거두어야 할것 아닌가? 불길한 소리이기도 해서 뿌린자가 거두는 것은 좋지만 집짓고 다리 세워 재미본 사람하고 사고 희생자가 생판 다르지 않으냐 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 이라며 이런 사태에 대해선 고발정신도 안전감각(感覺)도 갖지 못한 시민이 연대책임을 져야 하고 바로 그것이 무차별로 희생자를 내는 하늘의 뜻이라고 말하는 제3의 목소리가 있었다.
대형사고의 충격으로 전국의 교량과 아파트의 안전 진단을 하는등 참사에 대처하는 조처가 있었다. 그러나 삼풍 붕괴를 비롯하여 가스 폭발등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일날이 없다시피하다. 이번 연휴엔 큰 교통사고없이 지나가는가 했더니 마지막날 밤에 기어코 10여명의 희생자를 내고 말았다. 그러면 그렇지 하는 방정맞은 소리가 입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고 실토하는 이웃도 있었다. 외양간 돌보자는 소리가 며칠동안 떠들썩하다가 또 연중행사처럼 잠잠해질 것이다.누구를 탓해야 소용없고 안전불감증에 걸린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말로만 끝난 교훈들
그러나 안전불감증에 걸리지 않고는 살 수없는 것이 우리 삶의 실상이다. 번연한 주택구역에서도사생결단이라도 낼듯이 마구 차가 질주한다. 신호등있는 건널목에서도 감속없이 급정거하여 횡단자를 놀라게 한다. 운전자를 쳐다보면 특수임무를 받고 내려온 자가 아닐까 의심이 들만큼 험한눈으로 쳐다본다. 밤거리 폭주족이 무섭다지만 한낮의 오토바이 배달 폭주족이 주는 공포감도 수준급이다. 무단 변경이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하는 집에서는 며칠씩 뚝닥거리며 아파트실내 변경들을 하니 어느날 또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음식에도 온통 잔류 농약이나유독물질이 그득하다. 거기다가 최근의 잠수함사태가 보여주는 정치군사적 상황은 또 어떤가. 어느 하나 안전한 것이라고는 없다. 일일이 신경을 쓰다간 중증의 신경증환자가 되기 첩경이다. 안전불감증은 그러니까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적 자기보호장치일지도 모른다.그런데 가스 폭발이나 붕괴 참사는 일단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것이어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만성적 안전불감증을 반성하게 한다는 불행중의 이점(利點)이라도 있다. 더 무서운 것은보이지 않게 뜸들이며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형태의 공해이다. 어쩌다 지하철이라도 타고난 이튿날 아침 코를 풀어보면 시커멓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부유 분진으로 인한 천식환자의 수요가 나날이 늘어간다고 한다. 거리에 나가서 눈이 따갑고 목이 싸해지는 것이 일상적인 경험이 된지도 오래이다. 반드시 도심(都心)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따금 도회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근교에서부터 그것을 경험한다. 오염된 대기가 햇빛을 받아 변화한 오존때문이라한다. 이에따라 호흡기 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한다.
安保는 믿을 만한가
이에 대처하여 대기오염 측정소를 세워 오존주의보를 내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는 발표 수치를 시민들이 별로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의 변두리 쌍문동이 광화문보다 수치가 높다는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시민의 소리도 있다. 여천공업단지의 오염실태를 놓고 두개의 조사가 전혀 다른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오는맹독성 다이옥신 수치만 하더라도 두 기관의 발표 수치가 너무나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무엇인가 쉬쉬하는 구석이 있지 않으냐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수치하나 못내놓고 무슨 염치로 선진국을 바라볼 것인가. 또 이렇듯 안전(安全)불감증을 부추기고 어떻게 안보(安保)불감증을 나무랄 수 있을 것인가?
〈연세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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