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木曜칼럼 世風

"월드컵, 日本의 고민과 良識"

일본신문협회 주관으로 지난21일부터 3일간 도쿄에서 개최된 한.일 월드컵 관계 언론인세미나에선 공동개최에 따른 일본의 고민 을 청취하기도 한 반면 이를 자초한 일본축구협회를 혹평하는 일본의 양식(良識) 을 함께 느끼기도 한 묘한 여운이 어우러진 모임이었다.지방도시 유치전 혈투

먼저 일본의 고민 쪽 요지는 6~7년전부터 일본 단독개최를 확신하고 2002년 월드컵 유치전에 나선 일본축구협회가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 이라는 복병을 만나 결국 공동개최 라는 사실상의 패배이후에 나타난 국내 15개도시의 경기배분을 둘러싼 심각한 양상이었다. 한국도 16개도시에서 경기유치신청을 해놓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비교가 안될만큼 15개도시간의 유치전은 예사로운 사안이 아니었다. 이 문제의 시발은 일본축구협회의 완착(緩着)에 기인하고 있기에 축구협회는 짜낼수 있는 모든 묘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FIFA의 결정이 없는한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일본축구협회가 유치신청 도시마다 4경기개최를 약속하고 2억3천5백만엔(한화 약17억원)씩 로비자금을 거둬 이미 경비로 써버렸고 결국 경기수는 두나라로 양분(兩分)되면서 일본몫 32게임으론 15개도시 개최는 불가능해진게 원천적인 분쟁의 불씨가 된것이다. 게다가 지방도시에선 경기유치신청과 자금지원문제를 당해 도시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경기개최가 불가능할 경우 주민반발은 물론 의회불신으로 이어질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일부도시에선 시장출마자가 월드컵경기유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마당이니 잘못되면 주민불신임으로 지방정치인들의 생명이 단축될수도 있는 판국이다. 더욱이 축구협회는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예상치로 내놓아 총3조엔(한화 약20조원)의 흑자에다 각 지방엔 국제규모의 경기장을 비롯 도시기반시설의 확충으로 신도시개발의 핵이 될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고 지방도시선 이미시설착공에 들어간 상황. 외국관중등 관광객유치등의 지방경제파급효과까지 기대했으니 만큼 이게 물거품이 된다면 자칫 국론분열에다 중앙정부에 대한 보상대책까지 들고 나올 국면이다. 현재로선 8개도시개최가 최적정선으로 보고 있으나 어느 도시도 스스로 포기할입장이 못된다. 그들표현대로라면 서로 혈투(血鬪)를 벌이다 종국엔 힘이 달리는 도시가 탈락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니 중재는 아예 생각조차 못할 입장이다. 그래서 차라리 개최권을 반납하자느니 본선출전팀을 40개국으로 늘리자느니 하는 잡음이 나오고 있다.

日축구협 오류 혹평

결국 이들의 호소는 엄살 로도 비쳐지기도 하지만 우리쪽 사정이 이렇게 딱하니 한국측에서 양보할수 있는건 할애해달라는 투로 들릴수도 있다. 88올림픽유치전에선 나고야 가 탈락됐고 이번월드컵에선 3년이나 뒤늦게 한국이 유치전에 뛰어들어 결국 남의 일 을 망쳐놓았다는 투의 논리도 전개하고 있다. 기가 차고 가관이라고 느끼면서 반박논리를 전개할 즈음 일본의 양식 이 등장했다. 일본 아사히신문 축구전문기자출신의 올해 70세의 저명한 축구평론가 츄조 카즈오씨의강론은 첫마디가 일이 이렇게 꼬이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일본축구협회라며 수식어없이 혹평을하고 나섰다. 처음 유치전에 임할땐 순수했다고 전제한뒤 그뒤에 야구처럼 월드컵축구라는 스포츠를 돈벌이 수단으로 또다시 전락시키려고 기도하다 이모양이 됐는데 이번 총선에서 경제침략자(Invader)라는 오명까지 일본에 달게한 장본인들인 자민당정치인들이 또 승리해 한.일공동개최의 성사가 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공동개최의 최대걸림돌인 과거사 에 대해 걸핏하면 망언을 일삼는 그들이 정권을 또 잡았으니 무슨 짓으로 축구를 망칠지 심하게 우려된다고 근원적 배경부터 일관된 논리로 전개해 나갔다. 그는 경제를 앞세워 단독개최를 확신한 일본축구협회의 오만이 자가당착의 오류 즉 국내사정을 어렵게 만든 원천이라며 40개국 출전이니하는 허튼소리는아예 말고 8개 도시개최로 국내문제부터 선결해야만 멀고 험난한 양국에 가로놓인 산을 넘을 수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의 진면목 역설

사상유례가 없는 모형인만큼 산적한 난제들을 타협으로 해결하고 한.일공동개최라는 새 역사의장 을 기필코 활짝 열수 있어야만 21세기 세계사의 주역으로, 한국과 일본이 진정한 동반자관계로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양국의 앙금을 완전히 씻고 유럽이나 미주대륙에 어깨를 겨눌 아시아대륙의 두 주역으로 도약할 수 있게 중재할 수 있는그게 바로 스포츠의 진면목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일본의 편협함을 소박한 곧은 소리로 일거에 넉넉하게 느끼도록 하는 힘, 그게 바로 일본을 교정해가며 버팀목 구실을 하는 양식(良識)이었다. 일본은 왜 톤 이 다른 두 목소리를 배려했을까.그는 분명 주위를 의식않고 하고싶은 얘기를 했다. 일본을 알려면 이 대목을 두고두고 새겨봐야할 것 같았다.

〈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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