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눈꼽여유

인간의 수명이 10만일 정도는 되는줄 알았다. 그러나 계산을 해보니 심한 오차가 생겼다. 실제로인간의 수명은 3만일을 넘기기가 힘들다. 요즈음의 웬만한 물간가격과 비교하면 더욱 마음이 공허해진다. 현악기의 대체적인 수명인 2백년과 비교해도 마음 한구석에 쓸쓸함은 여전히 남는다.예술은 길고 인생을 짧다라는 명언이 선뜻 뇌리를 스친다. 그나마 이 짧은 생명마저 사고로 인해단축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서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경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간접 경험을 통하여 경험하지 않은것조차 우리의 것으로 할 수 있는 다행스러움이 있다. 필자는 교통사고가 나서 어지럽고 처참한당시의 광경을 목격할 때마다 조물주에 감사의 마음으로 경건함을 가진다. 사고를 당하신 분에게는 대단히 송구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내가 당할 수도 있는 그런 일을 저 분께서 대신 당하셨구나하는 경건함으로 대단한 도전을 받는다. 이러한 마음의 방향은 사고를 당하신 분의 생의절규 일수도 있는 절박한 심정에 매우 가깝게 접근하여 마음을 함께 할 수 있어 대단한 예방효과가 있다고 생각되기에 적극 권장하 싶은 마음이다. 언젠가 횡단보도 앞에서 차를 세운 운전자가보행자에게 두팔로 모시듯 먼저 건너라는 뜻을 가벼운 목례와 함께 보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다.보행자도 같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참으로 풍요로운 광경이었다. 생각나는대로 말을 막 해대는친구가 있다면 몇 분의 심사숙고를 권장하듯이 급한 운전을 하는 친구에게는 눈꼽만한 몇 초의여유를 충고하면 어떨까. 더도 말고 눈꼽만큼만.

〈대구시향악장·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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