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스니아 평화협정 깨질라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대통령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베오그라드 대학생 시위가 확대되자 보스니아에 병력을 파견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국들은 심정적으로는 세르비아의 민주화운동을측면지원하면서도 세르비아의 정정변화가 이웃 보스니아의 평화협정 이행과정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밀로세비치는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2년여에 걸친 보스니아 내전을 종결시킨 '데이튼 협정' 체결과정에도 세르비아계의 강경정책에 제동을건 그의 중재노력이 큰 몫을 했다.

서방국들은 자신들이 대학생과 야당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원할 경우, 밀로세비치를 자극해 그가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를 배후지원, 회교계나 크로티아계에 대한 세르비아계의 공격을 강화하는등 보스니아 평화이행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밀로세비치는 보스니아 내전이 계속되던 때부터 내전의 배후조종자로 지목돼 왔으며, 라도반 카라지치와 락토 믈라디치 등 세르비아계 지도자들을 통해 전쟁자금을 공급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도 이같은 점을 이용해 그를 통해 보스니아 세르비아계가 협상에 나오도록 압력을 넣었던 것이다.

더욱이 현재 반 밀로세비치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야당지도자들은 밀로세비치에 못지 않은 민족주의자들이다.

반(反)밀로세비치 시위의 핵심세력인 세르비아 야당연합 자제드노(Zajedno:크로아티아말로 '다함께'란 뜻)는 세르비아의 3대 야당의 공조제체이며, 이들중 2개는 보스니아 문제에 대해 밀로세비치보다 더 민족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91년 밀로세비치와의 충돌로 가장 지명도가 높은 인물인 부크 드라스코비치는 크로아티아와보스니아는 물론 마케도니아까지 통합하는 대(大)세르비아주의를 주창하는 인물이며, 차기 대통령후보로 강력히 부상하고 있는 또다른 야당 지도자 조란 드진지치도 드라스코비치에 못지 않은 민족주의자로 데이튼 협정에 조약한 밀로세비치를 민족반역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밀로세비치 정권의 붕괴가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의 자세를 더욱 강경하게 만들어최악의 경우 데이튼협정을 파기하는 쪽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呂七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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