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국이익 위해 전쟁도 불사

96년에도 대화와 설득보다는 위협과 '실력행사'에 의존하는 관행이 만연돼 지구촌 곳곳에 전쟁의그늘이 드리워졌다.

그 중에서 가장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은 미국의 이라크 공습과 대만(臺灣)해협에 대한 중국의미사일발사 훈련이었다.

미국은 9월 3일 이라크의 미사일기지 등 주요 군사시설을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 국제사회를 긴장케 했다. 미공군과 해군이 걸프해역에 있던 군함 2척과 괌에서 발진한 B-52 폭격기 2대를 동원해 이라크 남부의 지대공 미사일기지와 군 레이다 시설등에 크루즈 미사일 27발을 발사한 것이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공격후 발표한 대국민성명에서 "이라크가 북부의 쿠르드족에게 저지른잔학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기위해 공격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걸프전 이후 최대의 군사작전을 펼쳐 친 이란계인 쿠르드애국동맹(PUK)이 지배해온 아르빌시를 8월 31일 점령했으며, 클린턴 대통령은 이에 걸프지역 미군에 최고경계태세 돌입을 지시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미국은 3일 이라크의 공습작전력을 억제하기 위해 이라크 남부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을 바그다드 남부 교외로까지 확대한 데 이어, 4일 새벽에는 1차 공격에서 주요목표물이 파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차공격을 가해 걸프해역에 정박중인 군함의 미사일 17발을 이라크 방공기지등에발사했다.

그러나, 미국의 공격은 당초부터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클린턴의 시위성 행사의 성격이 짙다는 일부의 지적을 받았고, 국제법의 정당성까지 들먹이는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과 서방측 공조체제의 균열을 드러내는 등 한계를 안고 있었다.

결국 클린턴의 '후세인 때리기'는 미국에 대항하는 중동 지도자로서 후세인의 입지만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중국은 3월 23일 실시된 대만의 총통선거를 앞두고 3월 8일 새벽 대만인근 해역에 M-9 지대지(地對地) 미사일 3발을 발사하는 등 8일간 강도높은 군사훈련으로 대만해협의 긴장을 최고로높였다.

이 사태로 대만에서는 한때 쌀과 달러화를 사모으는 등 사재기 현상이 빚어졌으며, 대만당국은금문(金門), 마조(馬祖)등 외도에 대해 3급 비상경계령을 발동하는 등 전쟁준비상태에 돌입했다.미국은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號)를 위시한 해군함정과 공군첩보기 등을 인근해역에 파견해 중국의 군사훈련 감시에 돌입했다.

중국의 대(對)대만 위력과시는 대만선거를 앞두고 대만내에서 일어나고있는 대만 분리독립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이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등휘(李登輝) 총통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한 제스처로 분석됐으나, 대만 국민들은 이등휘 총통에게 총득표수의 53%%인 5백81만표를 몰아줘 총통에재당선시켰다.

대만해협의 긴장은 중국이 미국 항모의 대만해협 접근을 강력히 경고한데 이어 12일부터 대규모전투기등을 동원한 대규모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하면서 절정에 이르다, 3월 13일 중국이 '대만 불침공' 의사를 비공식 경로를 통해 미국에 통보함으로써 일단락을 보게 된다.

〈呂七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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