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6년 신년사에서 올해가 김일성 사망 3년째가 되는 중요한 의의를 갖는 해이므로 김정일의 영도아래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고 강조했다. 또 김정일을 '당 수반'으로 부르며 김정일시대의 정책노선으로 볼 수 있는 사상, 경제, 군사분야의 '3대 진지 강화론'을 제시, 올해에 공식적인 권력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신년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심상치 않은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전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1월 잠비아 주재 외교관인 현성일씨 부부가 남한으로 망명한데 이어 김정일의 동거녀였던 성혜림의 언니일행이 서방으로 탈출, 북한 지도부내의 분열상을 드러냈다.
지난 2월 김정일의 생일 직전에는 평양에서 군인 한 명이 러시아 무역대표부에 난입, 총격전을벌이면서까지 망명을 요구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 잔치분위기를 흐렸다. 지난 4월 치과의사 정재광에 이어 5월 공군 미그기 조종사 이철수와 과학자 정갑렬이 귀순하는 등 늘어난 인텔리계층의 이탈은 북한 지식층의 사상적 동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갈수록 늘어나는 탈출사태는 심각한 경제난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6년동안 연평균4. 5%% 마이너스 성장의 악순환을 거듭한 북한은 지난해사상 최대의 홍수 피해에 이어 올 여름 또다시 막대한 홍수 피해를 입어 경제가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9월 잠수함 침투사건까지 발생, 수해를 계기로 모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했던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들어 올겨울과 내년 봄 최악의 식량난이 우려된다.
김정일은 이같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권력 장악 및 건강문제에 대한 온갖 이상설을 진화하기 위해 김일성의 후광을 이용하는 '유훈(遺訓)통치'를 계속하는 한편 잦은 현지 지도와 공식행사 참석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군사력을 1백5만5천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5천명 증원하고 군내 사상무장을 강화했다. 또 군인들을 대거 동원, '90년대의 대역사'라는 금강산발전소 1단계 공사를 완료하는 등 에너지난 해소에주력하고, 협동농장 생산물의 자유처분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분조관리제'를 도입, 생산력 향상에 나섰다. 국제투자포럼 개최 등으로 대외 경제 개방의 상징인 나진.선봉자유무역지역에 대한 외국 자본 및 기술 유치에도 힘썼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에도 불구, 북한 체제를 뒤흔들고 있는 경제난 등 내부상황의 어려움으로김정일의 공식 권력 승계가 내년에도 힘들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전망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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