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근로자들 크리스마스 맞이

스리랑카 청년 근로자 쉴바씨(25)가 한국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는 따뜻하다. 안해 보던 심야 잔업의 어려움, 곳곳에서의 월급 떼이기, 불법체류자여서 당해야 하는 온갖 억울함과 수모…힘든 일만 계속되리라 체념했던 외국 노동자 생활이었다. 그러다 대구의 한 교회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위해 마련한 자그마한 파티에 초대됐다.

22일 낮 12시 대구시 중구 남산4동 구민교회 2층. 쉴바씨를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50여명은 김경태 목사(39)와 함께 오랜만에 고국음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건물 지하강당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앰프도 준비됐다.

쉴바와 우이제이씨(27·인도) 등 동남아지역 외국인근로자들은 그들의 주식인 '부리'를 만들기 위해 반죽한 밀가루를 식용유로 튀기며 웃음꽃을 피웠다. 외국생활의 고달픔도 이날만은 잊었다."공장을 다섯군데 옮기는 동안 4개업체에서 임금 1백50만원을 떼였어요" 우이제이씨는 "그러나한국생활 3년만에 처음 크리스마스 행사를 갖는 오늘만은 그동안의 고통을 잊고 싶다"며 들떠있었다.

파키스탄-인도-스리랑카의 공통주식인 '부리'와 '달', 치킨프라이가 준비되는동안 지하강당에서는'외국인 근로자 노래자랑'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어눌한 말투지만 야간작업 뒤 짬짬이 배웠던 '사랑은 눈물인가봐' '사랑했어요' 등을 신명나게 불렀다.

한국에 온지 넉달만에 교통사고를 당한 쉴바는 오른팔과 왼다리에 깁스를 하고서도 "동료들과 이런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흥겨워했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이 자리에 못나온 근로자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김목사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폭행등 우리의 치부를 더이상 가려선 안된다"면서 국제화의 참뜻을 곰곰이새겨볼때라고 잔잔히 말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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