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變則國會수준의 정치권

신한국당은 26일 새벽 야당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단독으로 그동안 계류중이던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안등을 전격처리, 변칙통과시킴으로써 정치권은 또한번 여야 격돌의 경색국면을 맞게 됐다.

우리는 이번 변칙통과의 배경이야 어떻든 의회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나라에서 여당 소속의원을전화로 한사람씩 불러내는 편법으로 통과시킬수 밖에 없는 의회 정치의 경직성에 대해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는 말로 표현할수 밖에 없는 심경이다. 그동안 여당의 안기부법과 노동법의 변칙처리는 언제 강행되느냐가 문제일뿐 예고된 것이었다.

야당은 이를 막기위해 패거리를 지어 국회의장실을 포위하고 5일째 행방이 묘연한 오세응(吳世應)부의장을 찾느라 부산을 떠는 모습은 저급코미디를 연상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여당이 다수의석을 빙자, 대화를 거부한채 변칙통과 시킨 것이나 야당의 무조건반대식 극한저항의 양쪽 모두가 정치불신의 골만 깊게할뿐 여야 모두에게 '득(得)보다 실(失)이많은'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곤두박질쳐서 내년에 대량 실직(失職)사태가 예고되고 2백20억달러의 무역적자가 예상되는 '어려운 나라'의원들이 경제회생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성이 짙은 법안 통과를 막기위해 우우몰려다니는 작태에서 우리는 정치망국(亡國)의 절망감을 갖지 않을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개원 정국때부터 야권소속 당선자의 무차별 영입으로 정국혼란을 초래하던 신한국당이, 이번에 또 자민련 탈당의원을 받아들여 세(勢)불리기에 박차를 가한것이 고작 '필요하면 언제나 밀어붙이기를 하기위한'정지작업이었던가 싶으니 참담하기만한 것이다. 국가 최고의결기관인국회에서 여당의원들이 도둑고양이처럼 새벽에 살그머니 모여 자기네들끼리 '해치워 버리는' 그러한 볼품없는 모습을 아이들이 볼까 낯뜨겁기도 하다.

그러나 그보다도 현실적으로 야당이 이를 빌미로 장외집회등의 방법으로 대여(對與)투쟁의 강도를 높일것이 뻔하고 경제와 민생이 어렵고 남북관계가 극도로 불투명한 현시점에서 또 여야 대치가 장기화될 판이니 "이런 국회는 차라리 없는것이 낫다"는 국민 지탄이 나온다해도 할말이 없을것이다.. 되풀이 하는 얘기지만 우리 국회는 여야할것 없이 지나치게 대선병에 들어있는것 같다.굳이 연내처리를 고집, 다시한번 대화하는 자세를 포기한채 변칙 통과를 강행한 여당의 속셈도따져보면 안기부법등을 연내에 처리함으로써 내년에 대선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계산때문인것으로보인다.

야당인 자민련이 안기부법에 대한 유연성을 포기하고 반대쪽으로 급선회, 국민회의측과 공조를선언하고 국민회의 또한 물과 기름격의 자민련과 대선(大選)공조를 선언한것도 대선병에 연유한합종연횡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정치는 구태의연한 '보스'중심의 대선병을 탈피해야된다. 국민을위한 정치, 민생복지정치로 거듭 태어나야 국가가 살고 정치가 회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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