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송년의례는 어떠했을까.
동국세시기 등에 따르면 선조들은 아무리 고통스런 한해를 보내더라도 요즘처럼 망년회를 핑계삼아 연일 술독에 빠지지 않고 단아하면서도 엄숙했다는 것.
제야(除夜), 제석(除夕)으로 부른 섣달 그믐은 지난 한 해의 거래를 마무리 하는 날이었다. 빚이있는 사람은 자정까지 갚아야 하고 받을 것은 미리 받아둬야 했다. 이후 정월 대보름까지는 빚을받으러 가지 않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날 밤에는 생대(竹) 마디를 태워 요란한 소리를 냈는데 이를 폭죽, 대총, 대불이라 불렀다. 관가나 세도가에서는 총을 쏘기도 했고 대궐에서는 연종포(年終砲)라는 대포를 사용했다. 집안에 숨어있던 악귀들을 쫓아낸다는 취지였다.
대청소도 필수였다. 집안 곳곳에 거미줄 하나 남기지 않는 정성을 들였다. 묵은 약은 밖으로 내다태워버렸다. 약냄새를 따라 질병도 사라질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가마솥에 물을 끓여서 목욕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청소와 목욕을 마치면 상쾌한 기분으로 묵은 세배에 나선다. 세배는 정초에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까운 일가친척을 찾아 인사를 올렸고 사당에 제사를 고하기도 했다.
세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다락, 마루, 방, 부엌에 모두 등잔불을 켜놓고 밤을 꼬박 새웠다. 흰사기접시에 실을 꼬아 심지를 세우고 기름을 부어 대불을 낮같이 밝혔다.
수세(守歲)라는 이 민속은 설을 밝게 맞아야 복된 신년을 누리고 잡귀를 물리친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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