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희한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은행들이 위기를 맞을 만큼 천문학적 규모의 부실대출로국가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한보부도사태에 관련자들이 모두 책임이 없다고 발뺌만하니 말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부도를 낸 장본인인 정태수(鄭泰守) 그룹총회장이 책임의식이나 자책감을 보이기는 커녕 되레 책임전가를 하는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이미 일본에서 이전부터 되풀이해오던 재계로부터 한푼도 안받았다는 말을 또 되풀이했고 이번 사태와 관련, 주목을 받고있는 정치권실세들도 억울하다고 펄펄 뛴다. 과거 대형 정경유착사건들의처리과정에서 보아왔듯이 이번에도 검찰수사와 국회국정조사권을 발동한다하나 유야무야(有耶無耶),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될것같은 느낌이다.
우선 한보철강에 산업은행의 자금을 빌려줬을 정도라면 그것은 중요한 국책사업이며 국가 기간산업임은 정부와 금융당국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분명하다. 그렇게 중요하고 규모가 큰 사업의 허가와 지원을 결정한 정부와 은행들이 설사 법적 절차는 완벽히 밟았다하더라도 결과가 잘못됐다면무조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하는 것이 명백한 도리다. 정회장 또한 산업은행이 융자약속을 안지켜 부도가 났다고 한 주장이 사실이라해도 그렇게 큰 규모의 은행돈을 빌려 경영을 하다가 잘못됐다면 돈의 주인이며 종국적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먼저 사죄의 표시가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다음 검찰수사와 국정조사에서 그때그때의 사실을 밝혀 법적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리고 억울한지 않은지를 밝히는 것이 순리다.
이번 사태에 허탈감과 망연자실한 심정을 가졌던 국민들은 국가경제에 큰 비중을 가진 대형사업의 허가와 지원결정을 내렸던 정부당국과 당시의 당무책임자들의 반성과 책임을 느끼지 않는 이같은 태도에 분노를 감출수 없다. 또 예금주와 국민이 낸 돈의 관리책임을 맡은 은행장들이 책임없다고 발뺌만 하는 것도 몰염치하게만 느껴진다. 더욱이 한보부도가 가져올 국민에 대한 막심한피해에도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이 나라는 과연 어떤 상태라고 보아야할 것인가. 수사나 조사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동안 한보 문제를 다루어왔던 당무자와 당국자의 도덕성에 큰 구멍이 뚫렸음을 보게된다. 정부는 수사이전에 자체조사를 통해 이에대한 분명한 해명과 책임소재를 먼저밝혀야 할 것이다.
'누군가가 공장탐내 한보를 흔든다'는 정회장의 큰소리, '당시 철강산업 경기전망 긍정적이고 담보충분'이라 발뺌한 이철수 전제일은행장, '상공부서 대출공문 보냈다'는 이형구 전산은총재, '대출은 은행자체판단'이란 한이헌 전청와대경제수석등의 말은 얼마나 신빙도가 있는 것인가. 그리고 당시 상공부장관이던 박재윤 전통산부장관은 최근 출국했다. 무슨 까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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