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호(文鍾浩.45)씨의 하루는 탱화로부터 시작되고 탱화로 끝난다.
탱화는 불상(佛像)을 그린 벽화나 벽에 걸 수 있도록 만들어진 불교 회화의 총칭. 불교 조각과 함께 부처의 생애와 가르침을 예술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불교미술 분야로 예부터 탱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불모(佛母)라는 존칭으로 불려왔다.
문씨의 방안 가득 차있는, 그리다만 탱화들은 바로 대를 이어가며 탱화 작업에 전념해온 그의 불모로서의 지난 25년을 설명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저의 업이 돼버렸어요. 원래부터 그림을 좋아해서인지 초(밑그림)내고 배접하고 채색하는 탱화의 작업체계가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불교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집안내력을 더듬어보면 포철에 근무했던 그가 1년만에 직장을때려치우고 탱화에 열중하게 된 것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그의 부친 문창민씨(67) 역시 평생을 탱화와 단청 작업에 몰두했던 불모다. 3대 독자로 일찍부터스님들과의 교분이 두터웠던 그의 부친은 15년전까지만 해도 탱화를 손수 그렸지만 결국 불심이발동, 자신의 탱화 비법을 아들 문씨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수년전 수성구 범물동 금봉사에 아예 대처승으로 들어앉았다.
"탱화 자체가 불교미술로서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무엇보다 탱화를 그리다보면 정신통일이돼서 좋습니다. 정신이 혼란스럽거나 하면 붓질이 아무 소용 없어요.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나 할까요"
문씨가 지금까지 그린 탱화만 해도 6백여점. 전국 곳곳의 새 절집마다 그가 그린 탱화가 한 점쯤걸려있을 법하건만 워낙 많은 탱화를 그린 까닭에 자신의 작품들이 어느 절에 가있는지조차 좀체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계면쩍어한다.
그가 아끼는 탱화는 현재 수성구 파동 법왕사에 걸려있는 '괘불(掛佛)탱화'다. 가로 6m, 세로 9m의 대형 작품으로 그의 탱화중 가장 규모가 크다.
탱화작업의 원칙은 초본이나 불화도본(佛畵圖本)에 나와있는 일정한 양식대로 그리는 것. 그러나그는 그리는 이의 마음가짐에 따라 부처를 비롯한 탱화속 인물들의 표정과 전체 색감이 조금씩다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옛날 탱화는 주홍색과 녹색을 기본색으로 했으나 요즘 탱화들은 이 두 기본색에다 흰색을 많이섞어 보다 밝은 느낌이 든다는 것.
"불교미술은 그 깊이와 규모에서 알 수 있듯 재주만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신심(信心)이 깃들지않은 탱화는 겉만 번지르해 누가 봐도 표가 나기 마련이죠"
충북 옥천의 월성사에서 부탁받은 탱화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문씨는 요즘도 가끔씩 그의 스승이기도 한 부친에게서 적잖게 지적을 받곤 한다며 잔잔한 미소에 대불모(大佛母)의 꿈을 담아보인다.
〈金辰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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