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씨 로비철학 "역사책서 교훈?

'만리풍파에 시달리며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도 많았고 시장도 할 터이니 약소하나마 거세한 황소세마리와 닭 오십수 그리고 달걀 일만개를 보내노라'

지난 1871년 신미양요때 조선정부가 미국함대에 전한 선전포고장 내용이다.

한보그룹은 이 글귀를'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전포고장'이란 제목으로 인용, 광고패널 문안에 넣고 있다.

신미양요때 미국함대가 조선정부에 최후통첩을 전해오자 조선정부는 강화유수를 통해 '아국(我國)은 극동(極東)에 자리잡고 귀국(貴國)은 극서(極西)에 자리잡아 수만리를 격(隔)하고 있는데 그먼 해양을 건너와 괴롭히는 저의는 뭔가'라며 강경한 일전태세를 통고했다.

조선정부는 그러나 선전포고의 끝에 이런 많은 식량을 첨가하고 그같은 글귀를 첨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액의 로비자금을 뿌린 정태수(鄭泰守) 총회장의 행보와 이 글귀가 묘한 조화를 이뤄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의원이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떡값 또는 정치자금 명목으로 정총회장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아무런 대가없이 1억5천만-1억6천만원을 받았다고 밝히자 그 사실과이 광고문안이 전하는 메시지가 얽혀 '과연 손이 큰' 정 총회장의 로비자금 씀씀이를 짐작케 해주고 있다.

또 수천만원에 이르는 떡값이 모두 만원권 현찰로 건네진 것에서 정총회장이 떡값을 받는 인사들이 나중에 문제가 될 때 곤경에 처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상당히 신경을 쓴 것으로 드러나고있다.

어쨌든 검찰의 한보사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한보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돈을 건네받은인사들의 면면이 속속 드러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적에게도 예우를 갖추라'고 외쳐온 '로비의 귀재' 정총회장의 철학(?)이 담긴 이 글귀가 다시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