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연초에는 노동법, 안기부법 파동이 온나라를 뒤집어 놓는 듯하더니 뒤이어서 이제는정·관·재계가 몽땅 얽혀있다는 '한보사태'로 인하여 다시 정치와 사회가 온통 뒤숭숭하다. 한보는 비록 단군이래의 최대의 금융스캔들이라고는 하나 한국사회에는 이런 유의 사건이 주기적으로터져왔다. 80년대의 장영자사건이 그렇고 90년대에도 굵직굵직한 사건만을 꼽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사건이 터질때마다 정치인과 정부의 소위 고위층과 또 은행, 대기업등을 욕하는 것도 이제는 지겨울 정도이다. 한국사회의 부패불감증은 이제 과연 어느 수준에 도달한 것인지.**보수로 표변하는 진보
그러나 있는 분, 높은 분들을 한껏 욕해대는 우리의 모습을 한번쯤은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재벌과 정권을 진보적 용어를 써가며 급진적으로 비판하던 인사들이 여당에 슬그머니 영입이 되더니, 한때 그들이 타도의 대상으로 규정하였던 사람들과 천연덕스레 함께 행동하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지금 한창 욕을 먹고 있는 김대통령과 이른바 민주계인사들도 다 과거 정권하에서 춥고 배고픈 야당과 재야활동을 한 사람들이 아닌가.한국사회의 진정한 위기는 기득권층, 지도층이 지도력과 도덕적 권위를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뿐 아니라 지도력과 도덕적 권위를 지닌 대안세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자의 문제가 보수진영의 취약성이라면 후자의 문제는 진보진영의 취약성을 의미한다. 민주, 민족, 계급등의 거창한 담론 속에서 보수와 진보는 거의 180도 다른 언어와 논리를 구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물과 불이요, 흑과 백이라고도 할수 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과연 그렇게 차이가 있는 사람들인가. 흥미있는 것은 진보적인 인사나 덜 진보적인 인사들 사이에서 일상생활의 측면에서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사람들의 환경의식이나 공중도덕은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다. 문제는 민주와 계급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나 집단의 환경의식이나 공중도덕의 수준도 결코 유별나지 못하다는 것이다.
진보단체의 모임에서도 백발백중 겨울날에 문닫아 걸고 방안이 꽉차게 담배를 피워댄다. 감기걸린 사람이나 비흡연자의 고통은 안중에 없다. 단체 연수의 경우에 자는 사람이나 자고 싶어하는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고 불러내고 새벽 3시고 4시고 들락날락한다. 이런 것이 사나이답고 호방하고 동지적인 것 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도덕적권위 실종
그러나 진보인사들이 알아야 할 것은 모택동등 과거의 좌익운동의 지도자들이 이런 생활상의 문제에서 매우 엄한 규율을 내세웠고 그들이 승리한 주요한 요인이 이런점에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야말로 '우리식'대로 할 것이 아니라 '세계화'하여야 한다. 한국관광객이 세계를 돌아다니며 부리는 추태로부터 한국의 진보진영은 과연 자유로운가?
사실 진보인사들도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아니라 보수인사와 같이 이 시대의 자식들이다. 그들에게 특별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지 모른다. 문제는 새로운 시대의 대안으로서희망을 이들에게 둔다면 이들은 기존의 관행과 습성으로부터 무언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생활속 새기풍 필요
진보란 바로 발전된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 진보진영이 새롭지도 않고 발전된 것도 없다면 이들이야말로 보수지 결코 진보라고 할 수 없다. 97년 대선을 앞두고, 특히 한보사건으로 만신창이가된 문민개혁 앞에서 시민들은 새로운 대안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말만으로 거창한 민주요 진보가 아니라 몸과 생활속에 배어있는 진정한 새로움을 진보진영과 인사들은 보여주어야 한다. 진정으로 새로운 기풍이 지역사회에도, 한국사회에도 출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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