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은 문민정부 출범 만4년째 되는날. 그러나 문민정부 출범이후 돛을 높이 달았던 '신한국호'는표류하고 있다.
특히 한보사태이후 사회전반의 가치평가 기준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좌초의 위기감이 짙게 엄습하고 있다. 불신의 확산은 총체적 회의로 이어져 국운이 여기서 끝나는것이 아닌가하는 사뭇 방정스런 생각마저 지울수 없는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정치가 제몫을 하지못하고 부조리와 비정상이 판을 쳐도 경제만 제기조를 유지하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 경제를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더문제다.섬유와 주택건설업이 주종인 지역경제는 말할 나위조차 없다. 중소기업, 중견기업 할것없이 자고나면 부도소식뿐이다. 지난 한해동안 전국에서 1만1천5백89개의 기업이 쓰러졌다. 하루 평균 32개사가 문을 닫았다. 상당수 기업인들은 자포자기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빈사상태에 빠진 경제. 원인은 어디 있을까. 역시 비정상적인 구조탓이다. 금융은 경제의 동맥.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납득할수없는 방식으로 부실기업에 흘러들어간다. 이번 한보사태에서 입증되고있다.
금융의 왜곡된 흐름이 우리경제를 망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야할곳에 가지 않기때문이다.
"설, 추석등 자금성수기때마다 정부자금은 풀리지만 그림의 떡일뿐입니다. 은행에 아무리 돈이 풍부해도 담보가 없으면 단돈 1원한푼 빌리지 못합니다"지역 유망중소기업인 ㄱ씨의 푸념이다.이와 관련한 은행의 답변. "신용없는 기업에 돈을 빌려줬다 떼이면 누가 책임집니까. 부실여신이증가하면 경영능력부재로 몰아쳐 책임을 묻고들어오니 은행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그러나 이같은 은행의 답변은 고작 수천만~수억원을 필요로하는 힘없고 로비력없는 중소기업에나적용되는 말이다.
조금 규모가 큰 은행 각지점에는 골프클럽이란 것이 있다. 통상 지점장과 지점경영에 기여도(?)가높은 단골기업인 20~30여명으로 구성된다. 필드에는 매월 한차례정도 나간다. 회비는 연1백만원정도. 물론 이돈은 공식 경비일뿐이다. 유대관계가 돈독해질수밖에 없다. 대출청탁시 골프클럽에 들지않은 사람과 차별대우가 안나면 되레 이상할 지경이다.
일선지점만 이런것이 아니다. 아직도 대부분 은행장인사에는 정부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청와대 비서관 또는 정치권 '실력자'의 힘으로 은행장이 되고나면 밀어준 사람의 청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선지점의 골프클럽과 같은 현상이 생길수밖에 없다. 사업성 검증없이거액대출이 이뤄지고 로비나 영향력게임으로 대출의 규모가 결정된다.
은행 임원인사도 마찬가지다. 은행장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기때문에 대출심사시 위험요소가 있어도 은행장이 지시하면 반대하기 어렵다. 연임을 앞둔 모은행임원이 보약을 달여 은행장 집앞에서 몇시간을 서성거리며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아직 지역 금융가에 나돌고있다.이번 한보사태에서는 은행임원 인사가 주총이나 이사회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이나 더높은 고위층의 입김에 의해 좌우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경제의 동맥인 금융이 관치화돼 있다는 이야기다.
은행장을 지낸 모씨는 "임원인사, 대출관리등 뿐만 아니라 정치권 실세들이 최근 대구지역 모금융기관의 신탁계정을 특정기업에 매각하라고 압력을 넣는등 사소한 일에까지 개입했다는 소문이유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지역은행의 한 관계자는 관치금융의 표본인 이같은 간섭이 금융의 자율성을 침해하는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경제의 문제는 관치금융뿐이 아니다. 특히 지역경제의 경우 금융권 구조조정 자금을 청탁으로 갈라먹는 풍조까지 불식되지않고 있다. 금융지원을 받기위해 해당은행은 뒷전에 두고 서울의 고위층에 줄대기경쟁까지 빚어진다는 소문이다.
지난 5,6공시절. 지역섬유를 살려야한다며 수천억원의 산업합리화자금을 저리로 받아와 시설개체자금으로 사용했다.
또 이과정에서 지역섬유단체 주요멤버들은 자금수혜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장난(?)을 쳤다는 소문도 공공연하다.
'신한국호'의 좌초위기에는 문민정부의 금융등 전반적 경제정책 부재가 결정적 작용을 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무수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금리, 땅값, 물류비용, 임금, 노동정책등 어느 한가지 나아진게 없다. 경제팀이 반년이 멀다하고 바뀌었으니 정책에 일관성이 결여되고혼선이 생길수밖에 없다.
대은금융경제연구소 서영택소장은 "대외경쟁력 하락으로인한 현재의 경제위기는 대외개방이 이뤄지면서 국내기업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것이란 지적을 간과해버린 정책입안자들의 책임이 크다"며 "보다 정확한 현실인식위에서 단기처방과 중장기 대책을 새로 수립해나가야한다"고 말했다. 또"금융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경제를 원활히 돌게하는 첩경"이라며 관치금융의 폐해를거듭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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