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격장애'가 범행 부른다

'기분이 나빠서' 한시간 사이에 3명이나 살해한 이승수씨를 보는 정신과 전문의들은 인격장애가범행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같은 범행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현대사회의 중요한 사회병리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범행은 반사회성을 띠기 때문에 원한이나 치정에 얽힌 살인보다 더 큰 사회악을 낳는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승수씨의 경우 평소 돈이 없어 친구들에게 잘 해주지 못한 점을 늘 미안해하다 3건의 범행을저지른 후 태연히 친구들을 인근 포장마차로 불러내 술을 샀다. 또 범행후 친구들이 믿지 않는다며 범행현장까지 데려가 과시하는 등 죄의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격장애는 부모 역할이 없거나 학교나 사회에서 정신적 의지대상을 찾지 못할 때 발생한다. 어릴 때 부모를 따르고 학교에서 선생님과 사회적 위인을 존경하는 것 따위는안중에 없다. 자기 행동으로 다른 사람이 어떤 고통을받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만을 위하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가야신경정신과의원 김훈환원장은 "보통사람이 어렵고 힘들때 가족과 종교에 의지해 자기조절하는 것과 달리 인격장애자는 오직 자신 밖에 없다는 생각에 빠져 사회전체를 적으로 삼는다"며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면서 그런 사람 수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보다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원장은 "인격장애가 극단화 되면 죄를 짓고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지존파나 막가파 등의 살인사건이 그런 유형에 속한다는 것이다.

영남대병원 이종범교수(47·신경정신과장)는 "자기 욕구를 충족키 위한 어떤 행동도 합리화하는게 인격장애자의 특징"이라며 "이들은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더욱이 이런 환자가 누구인지 알기 힘들고 환자를 찾아내도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인격 장애의 해결에는 많은 시간과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함께 살기' '공동체 의식'을 저버리고 이기주의와 경쟁에 몰두해 있는 지금과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는 제2, 제3의 성격장애자가 '시한폭탄'으로 잠재해 우리 주위를 배회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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