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회창대표의 과제와 딜레마

신임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가 맞이 할 최초이자 최대의 고비는 소산(小山)이다. 또 한보파문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당내 민주화 요구, 예비주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될 당내경선의 불공정성시비 등도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야당측에서 이대표 내정소식이 전해지자 한보와 현철 정국의 돌파를 기대하는 동시에 촉구하고나선 것도 부담이다. 야당은 다른 사람보다 이대표를 향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그 이면에는 이대표가 그 와중에 흠집을 입고 좌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 있다.이처럼 이대표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산적한 난제들을 앞에 두고 있다. 대표로 발탁되기는했지만 여전히 정치신인인 이대표로서는 앞으로 당내경선 때까지 그의 정치력을 혹독하게 시험받을 것이다.

이를 헤쳐 나가는 방법으로 그가 취할 수 있는 길은 우선 '대쪽'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정면돌파로 대표되는 강공드라이브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현철씨는 청문회 출석은 물론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보파문에 대한 재수사도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대표취임 직전,깃털이 아닌 한보 '몸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한 발언에 대해 여론이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대표는 대표취임 간담회에서도 '법대로'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회창=강공,대쪽'등으로 도식화할 수 만은 없는 분위기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강공을 취해야 하지만 김심(金心)이나 너무 나선다는 인식을 버리지 않고있는 당심(黨心) 특히 민주계의 지원을 얻기 위해서는 독야청청이나 독불장군보다는 온건책이 필요한 국면이기도 하다. 이대표의 첫번째 딜레마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지만 김심과 이대표의 관계도 주목거리다. 이대표는 김대통령과 애증의관계다. 감사원장과 총리를 거치면서 벌어졌던 두번의 만남과 두번의 헤어짐은 앞으로의 김심과이대표 사이의 함수가 밀월과 함께 긴장관계도 동반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다른 문제도 아닌 대통령의 아들문제라는 점에서 이대표가 막무가내로 정면돌파를 이야기할 수는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보청문회 출석은 몰라도 국정농단을 이유로 사법처리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대표는 김대통령으로 하여금 혹시 아버지로서의 섭섭함을 자아내게 할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수 없다. 이대표가 현철씨 문제에 있어서 강하게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이 때문이다. 이대표의 두번째 딜레마다.

또 현 난국돌파를 위해 이대표 기용이 불가피한,또 그럴 수밖에 없는 카드라는 지적이 많지만 당내부에선 다른 주자들의 견제를 촉발하는 계기가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주자들이 그의 기용에 대해 보였던 반응을 생각한다면 사사건건 측면에서의 견제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표라는 자리가 프리미엄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행보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대표의 한 측근의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이 대표의 세번째 딜레마다.

물론 수많은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이대표의 기용이 강력한 예비후보인 그에게 용의 날개를 단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대표로 봐서는 다시 맞이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라는 말이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했다는 당 안팎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기회 쪽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벌써부터 그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보이고 강한 거부감을 보이던 인사들도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꾸는 모습이 눈에 띄는 것이 신한국당내의 흐름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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