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좁혀지는 여 경선구도

여권내 대선주자들의 우열이 시간이 갈수록 확연해지고 있다. 9룡에서 3~4룡으로 압축되고 있다.그런데 여권의 대선레이스가 당초 예상과 달리 조용한 기류다.

전당대회가 겨우 3개월 남짓 남았는데도 신경전만 있을 뿐 파열음은 아직 없다.이는"경제가 무너지고 있는데 무슨 대권타령이냐"는 따가운 눈총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경제를 살리자'고만 외치고 있다.

이는 이회창대표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당내기반 구축에 시간을 벌수 있다. 당대표라는 프리미엄도 맘껏 누릴 수 있다. 최근엔 외부행사에 DJ·JP와 나란히 참석, 외형상으로는 그들의 반열에오르고 있다. 여타 대선주자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이렇다할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실제로 취임보름을 맞은 이대표체제는 우여곡절속에서도 아직은 순항이다. 초기에 요란했던 반이(反李)전선도, 당을 들었다 놓을 것처럼 보였던 내각제개헌론도 여야 영수회담이후엔 시들하다.여론조사 결과도 박찬종고문의 수준으로 따라 잡았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대세를 구축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여권 대선후보는 이대표쪽이 확실한 것인가. 아직은 장담할 수 없는 당내외의 여러 요인들이 유형, 무형으로 도사리고 있다. 우선은 한보사태와 김현철씨처리문제가 남아있다. 민주계인사들 다수가 이대표에게 마음을 주지않고 있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그의 당내 장악력과 포용력, 국정보완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있으며 유동적인정치상황도 기다리고 있다.

이대표의 라이벌중에는 박찬종고문이 존재하고 있다. 전국적인 지지도 면에서는 이대표와 함께선두를 달리고 있다. 당내 지구당위원장들의 지지규모는 아직 보잘것이 없지만 대의원들은 다른생각을 품을 수도 있다.

부산지역의 민주계 일각에서는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할 수 없다. 박찬종고문을 밀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들이 최근들어 나오기 시작했다. TK지역도 서훈대구시지부장과 김찬우경북도지부장이 호의적이다. 박고문 진영은 영남권 대표주자로서 자리매김만 이뤄지면 강력한 이대표견제카드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의 대상은 이수성고문이다. 민주계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TK인사라는 점에서 영남권 몰표를 끌어 올 수도 있지만 벌써부터 취약성이 함께 노정되고 있다.민주계중에서도 최형우고문쪽에서 그를 띄우고 있을뿐 서석재, 김덕룡의원측은 거부분위기다. 또짧은 기간내에 급부상할 계기가 마땅찮고 TK지역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지지지역이 없다. 아직은여론조사 결과 대중성이 낮은편이다. 또 TK지역에서도 회자되는 만큼 여론조사에는 아직 잡히지않고있다.

특히 민주계 일각에서 옹립하고 있지만 민주계는 국민들로부터'정치적으로 외면을 받는 집단'이기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높다. 어쨌든 이대표체제가 흔들릴수록 그의 '히든 카드'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

이들 3인은 황장엽리스트, 정태수리스트에서 제외될 공산이 높아 여권레이스판자체가 뒤엎어 지지는 않을 듯하다.

이외 대선주자는 아닌 듯 하지만 김덕룡의원도 일정세력을 갖고 있어 주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이한동고문도 국민적 지지도면에서는 하위수준이지만 잠재력은 있는 인물이다.이홍구고문은 대선주자 탈락쪽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최형우고문은 뇌졸중으로 대선주자 반열에서 벗어났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김윤환고문은 이회창대표와 연대중이다. 이인제경기도지사는 다소 상승하지만 현재까지는 약체로 분류된다.

김종호의원이 2일 '통일회'란 추대위 모임 결성1호를 기록하면서 등장했고 이만섭고문도 조만간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여권 대선전의 최대변수는 당내 절반의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계의 동향이다. 외부에비친 모습보다는 호락호락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분열을 점치는 이가 많지만 속단키 이르다.

다만 김영삼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대선 게임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게할 여건과 처지가 못된다는 분석때문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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