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 대선자금 공개검토

청와대와 신한국당이 이 시점에서 '판도라의 상자'인 92년 대선자금을 공개하는 방안을 다각도로검토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정국이 벼랑끝에 서 있다는 얘기다.

강인섭청와대정무수석은 23일 "과거 정리차원에서 대선자금 공개문제를 여러 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92년 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힐 것인지 아니면 법정한도 초과 사실에 대해 포괄적으로 언급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적 불신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대선자금공개문제를 처음으로 거론한 셈이다. 그는 또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면서 직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고 여권 내부에서도 신중론, 절대불가론 등이 여전히 공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개방침에 반대하는 측은 이 시점에서 대선자금을 공개한다고 해도 액수가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시비와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 한번 정치권에 걷잡을 수 없는 태풍을 몰고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노태우전대통령으로부터 대선때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그동안의 김대통령 발언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권에서는 대선자금을 덮어 놓고서는 한보정국을 수습하기 힘들다는 여론이 꾸준히 형성돼왔다. 신한국당 이한동고문은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역사와 국민앞에 정직하고 진실하게 해명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대선자금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고, 청와대 내부에도 대선자금 문제를해결하지 않고는 퇴임후에도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설득력을 모아 왔다.김대통령은 최근 문종수청와대민정수석등 참모진들로부터 이에 관한 여론을 듣고 고심하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김대통령의 딜레마는 아들 현철씨의 사법처리 문제와 집권초부터 늘 부담으로 따라다닌 대선자금이다. 만약 현철씨가 구속되고 대선자금의 짐까지 벗어버린다면 김대통령으로서는 남은 임기동안 홀가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대선자금을 공개한다고 해도 선거자금이 여러 경로로 복잡다단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총액이나 지출내역 등 전모를 밝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여권의 고민이다.

따라서 구체적 내역보다 김대통령의 어떤 수준으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느냐 하는게 관심의 초점이라고 할수 있다. 비록 대체적인 윤곽을 밝히는 정도라도 김대통령이 직접 국민앞에 솔직하게진상을 '고백'하는 입장을 보일것으로 예상, 김대통령의 결단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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