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출 여중생 도피처 '양지로'의 음지

대구 양지로 일대는 가출 여중생들이 '도피처'로 이용하는 비상구다. 업주의 검은 속내와 현실을벗어나고픈 아이들의 욕망이 만나는 곳.

가출 또는 중퇴 여중생들이 양지로로 들어가는 경로는 두가지다. 가출한 뒤 평소 알던 친구 또는선배들로부터 취직을 권유받고 불법업소에 취업한다. 또 두류공원을 비롯한 비행지역에 머물다가폭력배의 꾐으로 이곳에 들어오게 된다.

불법퇴폐업소에 고용된 10대 소녀들은 불법을 용인해 준 업주를 위해 음란한 장면을 거리낌없이보여준다.

ㄱ여중 일진회 소속이었던 모여고 1년생 오모양(17)도 지난달말 가출한 뒤 남구 대명동의 한 단칸방에서 선후배 5~6명과 함께 살았다. 부모가 오양을 찾지 않았더라면 양지로로 흘러들었을 위기 상황이었다.

'주먹세계'에서 양지로 주변 폭력배와 업주들은 '조무래기'로 분류된다. 일부는 10대 여중생들이버는 '더러운 돈'으로 고리대업을 한다. 접대부가 1백만원을 쓰면 선이자로 10만원을 떼고 달마다10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이 돈을 막지 못할 경우엔 소녀들이 광주, 전주 등지로 팔려간다는게 전직 폭력배의 증언이다. 혹시 '큰주먹'의 히로뽕에라도 손을 대는 날이면 이자만 매달 15부씩물어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말 양지로로 끌려왔던 여중생은 구미로 팔려간 뒤 몇달을수소문한 부모가 1천만원을 물고 아이를 살려내기도 했다.

단속에 걸린 업주에 대해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여론이 높다. 불법업소로 걸려봐야 2백만원 안팎의 벌금이면 재기할 수 있다. 남구청 한 공무원은 "3천만원까지 매길 수 있는 벌금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처벌 주체가 불명확한 무허가업소에 대해서는 건물주를 벌하는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0대들의 배후를 캐지 않는 경찰의 태도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남구 일대 대다수 접객업소는 경찰 단속일시와 장소를 알고 있는 것이 상식이 돼 버렸다. 구청은수사권이 없기때문에 경찰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한 경찰은 "불법업소가 남구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굳이 이곳만 표적이 될 수 있느냐"며 애매한 논리를 펴기도.지난해 구청장 협박사건까지 낳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양지로는 지금 원위치된 것은 물론 오히려 이곳에 10대 여중생들이 조직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혹'을 곁들였다.

〈全桂完·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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