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영화감독 박철수씨

"일상은 영화소재의 보물창고" 한때 우리나라는 중견감독들의 땅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유독 한 감독만이 색다른 빛을 발하며 떠오르고 있다. 박철수. 우리는 이 사람의 반짝이는 재능으로 새로운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301 302''학생부군신위''산부인과'. 우리가 이제까지 애써 외면했던 일상사에 날카로운 시선을 보낸다. 그리고 이어질 영화 '성철''가족 시네마'… 홍콩 관금붕감독과의 '연대'. 뭔가 가공할 '폭탄'을 소지한 듯, 그의 행보는 관심을 몰고 다닌다.

"작년 베를린영화제에 갔을때입니다. 어떤 러시아영화를 봤죠. 아주 작은 고양이가 가파른 담장을따라 큰 닭을 물고 가는 롱쇼트였습니다. 아주 위태롭게 가다가 물고 있던 닭을 놓치자 재빠르게다시 물고는 발도 겨우 놓기 힘든 그 담장을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처음엔 놀라움으로, 길어지자잠시 지루해지더니 갈수록 긴장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전율마저 들더군요"박감독의 어눌한 말솜씨는 이름높다(?). 그러나 2시간 반동안의 인터뷰중 자신의 이 경험에서는놀랍도록 '짜릿'하게 설명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새로운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발견한 듯했다. 바로 "이야기꾼(감독)과 구경꾼(관객)이 하나가 되는 영화"다. 관객에게 영합하지 않는, 철저히 자유로운 환경. 일상을 탐구하는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일상은 영화소재의 보물창고입니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가십시네마'라고 부른다. 지극히 통속적인 에피소드들을 다양하게 엮어낸다는 뜻. 그러나 절대 저예산영화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합리적 예산 영화'라는 것이 맞다고 했다. "1백분짜리 영화라면 하루 5분씩 20일만 찍으면 됩니다" '기획은 길게 촬영은 짧게'. 이것이 합리적 예산영화의 공식.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세계화입니다. 세계화에 맞는 소재개발도 시급하구요. 문제는 마케팅입니다. 노하우가 하나도 축적이 안돼 있습니다"

그의 파트너는 관금붕. 홍콩 뉴웨이브의 이단아. 홍콩과 한국의 자본을 서로 교환해 범아시아적인'물건'을 만들어 보자는 의도다. "우선 10월중 크랭크인 하는 관금붕감독의 '인 투 더 나이트'(홍콩명 일야황후)에 투자하기로 계약(지난 5일)을 맺었습니다" 곧 크랭크인 할 재일교포작가 유미리의 '가족시네마'도 일본배우와 교포배우를 써 완전 일본어판으로 내놓을 예정이다.그는 할리우드행(行)의 기회도 과감히 버렸다. "제의가 들어왔죠. 시나리오를 보내봐라 했더니 이것이 그저 그런 액션영화더라구요" B급 액션물이나 만들자고 가는 것은 쓸개 내놓고 가는 거나마찬가지. "시나리오를 쓰레기통에 쳐박았죠"

박감독의 고향은 경북 청도. 경북중학교와 대구상고를 거쳐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77년우연히 명동 지하도에서 "참 멋있는 사람"을 만났다. 그가 바로 신상옥감독. 그를 '졸라' '뗌빵'조감독으로 나선것이 오늘의 그다.

영화사 '박철수필름'의 대표. 그러나 컴퓨터로 프린트한 지하철티켓만한 명함에는 'Director(감독)박철수'라고 해놓았다. 영원히 감독으로 남고 싶은 한국의 작가주의 감독. 독립영화의 기수. 그가바로 지역출신 감독 박철수다.

〈金重基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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