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미대통령이 뉴욕서 가진 한미정상회담은 그 과정부터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솔직히 말해 이번 뉴욕회담은 이렇다할 현안에 대한 협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김대통령의 집권말기 체면치레 성격이 짙은 '만남'에 불과한 인상때문에 씁쓸한 기분을 지울수가 없다.
이번 회담은 지난 4월 김대통령이 유엔환경특별총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될때부터 동시에 추진됐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환경회의에 참가하는 50개국의정상이 모두 클린턴대통령과 잠시동안의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만 특별배려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는 백악관과 국무성등 두가지 채널로 접근, '한미정상이 만나지 않으면 북한이 한미공조에 틈이 벌어진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설득이 주효하여 백악관의 OK사인을 받아내는데성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대통령의 미국순방은 공중에 떠있는 상태였는데 '회담가능'이란 낭보 하나로 환경총회 연설·정상회담·멕시코 국빈방문 일정은 일사천리로 매듭지어졌다.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 이뤄지는 정상회담은 회담의 필요성에 따라 절차와 방법이 불평등한 경우가 많다. 여태까지의 한미정상회담을 보면 미국은 격려차원인 반면 우리는 필요차원일 경우가많았다. 그것이 한반도 안보문제가 주요 현안일 경우에는 미국도 뻥튀기 발표에도 동조를 하지만국내 선거용이거나 집권에 영향을 주는 정상회담은 대체로 악수하고 사진찍고 몇마디 안부로 대체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 회담은 클린턴대통령의 친척장례행사때문에 우여곡절끝에 성사된 회담이 또다시 한차례 연기되긴 했지만 우리 정부의 의도대로 정상회담이 기타 50개국들을 제치고 성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기회에 정상회담에 관한 자세를 반성해볼 필요성을 느낀다. 언젠가 일본에온 고르바초프구소련대통령을 제주도로 오게 하여 뒷돈으로 몇백만달러를 방문대가로 주었다는소문이 퍼진적도 있다. 또 노태우전대통령은 90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호텔에 묵고 있는 고르바초프를 찾아갔다가 사진찍기를 거부하는 그에게 애걸복걸하여 스틸사진 한장을 찍었다는 외교우화는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 대표적 사례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통역시간을 합해 30분간 열렸다. 인사와 통역을 뺀 10분 남짓한 시간에 무슨 얘기를 하여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궁금하다. 체면치레를 위한 만남은 자존심만 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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