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

각계 인사 1백여명이 모여 '작가 최명희와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이름의 색다른 모임을만들었다.

학계.문화계.예술계.경제계.언론계.종교계.출판계 등의 원로.중진.소장들로 그 회원이 구성되어 있다.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난 8월, 작가 최명희씨가 단재 신채호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단재상(제11회)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발기인 모임을 가졌고 오는 9월19일 국립국악원 뒤뜰의 야외무대에서 총회를 갖게 된다. 이날 총회는 작가 최명희씨가 지난달 31일 전북대로부터 받은 명예문학박사학위를 축하해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전북대는 대하예술소설 '혼불'(전5부 전10권)을 17년에 걸쳐 써낸 작가에게 그의 문학적 업적을평가하여 박사학위를 준 것인데 아마도 하나의 문학작품에 대해 명예박사학위를 준 것도 처음이아닐까.

한시대 한사회의 총체적 역량으로 하나의 아름다운 문학작품은 잉태되고 탄생할 것이다. 그 시대그 사회의 정신적.사상적 전통과 문화적.예술적 넓이와 깊이가 하나의 빼어난 문학작품을 키워내는 무대와 동력이 될 것이다. 시공을 넘어 평가되고 사랑받는 작품은 어느날 하루 아침에 존재.발전하는 것이 아닐뿐아니라 그것을 가꾸어내는 사회와 민족의 지지와 후원이 요구될 것이다.작가 최명희씨의 집요하고도 치열한 창작활동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작가의 문학적 가능성과 작품'혼불'의 예술적 성과를 알고 있는 인사들의 이심전심으로 '작가 최명희와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17년에 걸쳐 '혼불'을 써내고 있는 작가와 작가정신에 경외감을 금치못함은 물론 거대한 작품 '혼불'이 담아내고 있는, 총체적이라고 해야할 그 내용과 성과를 조명하고 평가하여 그것을 동시대인들이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또한 '혼불'은 물론 그의 문학적가능성이 새로운 차원에서 성과를 거두도록 우리가 어떤 후원내지 지원세력이 되자는 것이었다.작가 최명희씨는 이른바 문단활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오직 작품으로 스스로를 말하는 편이다. 그의 작품과 문학적 성과를 일찍부터 평가하기 시작한 평론가들도 문단조직과는 별로 관련이없는 편이었다. '혼불'을 사랑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문학밖의 장르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흠뻑 만나게 하고, 우리네 삶의 질과 결을 진하게 느끼게 하고, 한국의 정신과 사상의 결연함에 새삼 긍지를 느끼게 하는 작품, 총체적인 문학예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가 최명희를 주목하면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결국 이것이 '작가 최명희와 혼불을 사랑하는사람들'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문학연구자들뿐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소리를 하거나 연구하는사람들, 민속과 역사를 연구하고 공예를 하는 사람들, 지독히 책 읽기를 좋아하는 지식인들이 이들이고, 이들은 다시 주변의 좋은 친구들을 하나둘 소개하여 모임은 커지게 되었다. 지금도 많은이들이 계속 관심을 표명해오고 있다.

발기인 모임에서도 그런 이야기였지만 이제 우리 사회도 문화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해야 하고그것을 키우는 작업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탁월한 작가와 작품을 키워내는일은 이를테면 어떤 대규모 공장 못지않게 미래의 엄청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다.한 국가사회와 민족공동체의 발전과 번영은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문화예술의 높은 차원에서 이윽고 담보될수 있다. 인간의 정신과 사상을 일으켜 세우는 문화예술은 21세기 최대의 덕목일 것이다. 그런 시야에서 한 작가를 제대로 키워내고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고 평가해내는 작업은 문화예술운동의 새로운 인식과 실천방법이라고 하겠다. 큰 작가와 큰 작품은 사회적 관심과 동시대인들의 사랑으로 탄생되고 성숙할 것이고, 그것은 곧 민족문화의 보편적 발전으로 진전될 것이다.'작가 최명희와 '혼불'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러 측면에서 우리문화를 키우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민족의 정서와 정신, 모국어를 심어줄 '혼불'을 읽히는 운동을 펼치는 한편, 우리 민족을 세계에 보여주는 '문화상품'으로서 각국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우리 문화전반을 진흥시키는 '구체적인 운동'으로서 혼불모임이 하나의 새로운 전범 또는 계기가 되어 다른 문화.예술가에게도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길사대표 김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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