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 왜놈소는 조선소랑 우는 것도 다른강?" 암울했던 식민지시대.
엄혹한 칼바람을 헤치며 삶을 꿋꿋하게 꾸려온 할아버지 세대의 지혜와 용기, 빼앗긴 땅에서도푸른 보리이삭처럼 건강하게 자라났던 아이들의 생명력은 우리 역사를 지탱해온 아름다운 감동에다름아니다.
그러나 때로 '묶인 몸'은 '풀린 생각'으로 한풀 더 삭인 실팍한 감동을 우리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현재 대구교도소에서 복역중인 전 경북대 교수 안재구씨(64)가 최근 펴낸 '할배, 왜놈소는 조선소랑 우는 것도 다른강?'(돌베개 펴냄)은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서도 아이들은 자란다'는 역사의 철칙과 함께 그같은 강인함을 낳아준 자양분으로서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한아름 들려준다.
옥중에서 딸에게 보낸 수십통의 편지글을 하나로 묶은 이 책은 출생에서부터 소년기까지 저자의유년시대를 관통한 식민시대의 기억들을 간추린 자전(自傳).
고향땅 경남 밀양시 초동면 일대의 1930년대와 해방이전 생활상, 그리고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통해 지난 시대의 격랑을 흑백사진처럼 잔잔하게 펼쳐보인 점이 독자의 시선을 붙든다.조부모 세대가 내려준 하염없는 사랑과 생활철학, 고향산천 곳곳에 깃들인 전설과 설화, 설쳐대던얼치기 '조선 왜놈'들의 횡포속에서도 묵묵히 품어안은 조국애와 독립에의 희열등에서 '우리는조선 사람'이란 공동체의식이 자연스레 형성될 수 있었던 가족.민족적 배경을 엿볼 수 있다.삽화같은 어린날의 에피소드와 함께 언급된 쥐불놀이, 열발뛰기, 못치기, 고누두기등 지금은 잊혀진 민속놀이와 풍속을 추체험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또다른 재미다.
안씨는 경북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남민전 사건으로 수감, 지난 88년 출감한 후 저술활동을벌여오던 중 94년 재구속됐다.
〈金辰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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