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서 책과 더불어 노동을 하는 입장에 있는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 늘 따르는 문제가 운동부족이다.
이렇게 지속되어서는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적합한 종류의 운동을 찾은 끝에 혼자서도 할 수있고, 생산적이기도 한 텃밭가꾸기를 3년전부터 하게 되었다. 농사일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이일도 많이 배우고 섬세한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것이었다. 씨뿌리는 절기를 정확하게 맞추어야 하고, 적당한 양의 퇴비와 비료 공급, 물대기 등을 해야한다. 또한 자라나는 채소와 어린 과일나무를 괴롭히는 벌레들을 잡아주고, 끊임없이 자라나는 잡초도 뽑아주어야 한다.
이 작업은 필자의 육체적인 건강을 회복하게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매일 대하는 음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크게 가지게 했다. 식품점에서 사온 음식재료들이 이전에는 그저 식품이었지만, 지금은 생명체로 보이는 것이다. 더 살고자하는 각종 식물, 동물들을 나의 삶을 위해서 그들의 생명을희생시키고 먹는 것이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 유통과정에서 수고하는 사람들, 조리과정에서 수고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좀더 진한 마음으로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농약을 치는 농부의 행위에 대하여 이해하게 되어 그 분들을 원망하지 않게 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농토를 멀리하고 도시에 모여 살고 있는 상황이어서, 소수의 농민들이 이들을 위한 생산과정에서 손으로 일일이 잡초를 뽑고, 벌레들을 잡아낼 시간과 노동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농부들이 약을 자주 치고,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은 도시에 살고 있는 내가 그 일을 회피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었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양을 스스로 가꾼다면, 농약에 오염되지 않은 이 땅에서 난 먹거리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자연은 생명력이 강해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줄 것이기 때문에 이웃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여분도 가지게 될 것이다.
필자는 오늘도 저녁을 일찍 먹고 텃밭에 가서 상당히 자란 무우, 배추를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언제 수확하여 누구와 기쁨을 함께 나눌 것인가를 궁리할 것이다.
(전헌호-신부·효성가톨릭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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