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머·풍자있는 영화 3편

"불안한 현실·알 수 없는 미래 한바탕 웃음으로…" WTO로 힘들더니 OECD로 금세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 급기야 IMF로 급락했다. 우린 그대로인데.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 조금이라도 잊을수 있을까 싶어 코미디영화들을 모았다. 자본주의 현실을 통렬히 풍자한 블랙코미디들이다.

'돈을 갖고 튀어라'는 자유의지와 인간의 본능을 우디 앨런의 두꺼운 안경밑에 감춘 블랙 코미디다. 무엇보다 멍청한 강도의 캐릭터가 돈에 집착하는 자본주의를 뒤틀어 재미를 더한다. 할렘가의엄한 가정에서 자란 주인공 버질. 범죄자로 명성을 날려보려 하지만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다.사탕을 훔치다 병에 손이 끼어 잡히고, 탈옥을 위해 비누로 권총을 만들지만 공교롭게 비가 내려잡힌다. 체포 탈옥 전과의 악순환속에서 그의 범죄들은 어느 사이엔가 확대해석돼 4백년의 징역형을 받고 가출옥을 위해 새로 개발된 백신의 실험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리조나 유괴사건'은 '바톤 핑크'로 영화의 새로운 형식을 구사해 주목받은 코엔형제의 87년작.상습적으로 슈퍼마켓을 털던 맥도나는 경찰서에서 만난 여경 에디를 사랑한다. 결혼후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불행히도 자식을 낳을수 없다. 마침 TV에서 다섯 쌍둥이 출산 얘기를 듣고 그중한 아기를 훔치기로 한다.

아리조나의 광활한 벌판과 아스팔트길이 메마른 현실을 상징하고 유괴된 아기의 현상금을 타기위해 여러 유형의 인물들이 펼치는 행동들이 약아빠진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는 핀란드 아키 카우리스마키감독의 독창적인 풍자정신과 유머를 여실히 보여준다. 북구의 황량한 벌판에 있는 외딴 창고안에서 괴상한 차림을 한 밴드가 촌스런 음악을 연주한다. 모두들 무표정한 얼굴에 길게 세운 앞머리, 뾰족한 구두를 신은 이 그룹의이름은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흥행업자는 고개를 흔들고 차라리 미국으로 가 보라고 한다. 이유는 '미국에서는 모든 것을 팔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황당한 스토리, 독특한 캐릭터, 최악의 밴드가 미국을 횡단하며 겪는 해프닝을 통해 폭소는 물론 산업사회의 씁쓸함까지 담아낸 작품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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