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어느 기업주의 탄원

남구 대명동 라자가구 대표 홍동희씨(39)는 지난 21일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장 앞으로 탄원서를 보냈다. 파출소 문턱 넘기조차 겁내던 그가 '검사장께' 탄원서를 낸것은 이 가구점 배달원으로 일하다 지난 16일 사기 혐의로 대구 북부경찰서에 구속된이모씨(46)를 돕기 위해서다.

홍씨는 A4 용지 두장에 빼곡이 쓴 탄원서에서 '이씨는 항상 다른 직원들을 위하는사람이었습니다. 스스로 속죄할 수 있는 기회와, 노모와 자녀들에게 희망을 줘 한가정이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홍씨가 이씨와 인연을 맺은 것은 96년 10월. 제조업을 하다 경기침체로 두차례나실패한 이씨가 가구점 배달원으로 일하게 됐던 것. 종업원 중 나이가 가장 많았지만 이씨는 누구보다 성실해 모두가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이달초 이씨가 사기혐의로 경찰에 붙잡히자 이씨 집을 찾은 홍씨는 안타까운 모습에 배신감보다 연민의 정이 앞섰다. 부인은 오래전 집을 나갔고 불도 피우지 않은단칸 사글세 방에 팔순 노모와 3남매가 추위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던 것.

경찰서에서 홍씨는 이씨가 어쩔수 없이 사기사건에 연루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구점에 들어오기 전인 2년전 사채업자의 부탁으로 가짜로 임대차계약서를 만들었고사기에 '바람잡이' 역할을 했던 것.

홍씨는 사기 피해자를 만나 피해액 2천만원 중 5백만원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하고 합의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씨에겐 종업원으로 계속 쓰겠으니 안심하라고희망을 줬다. 가족들에겐 연료비 30만원을 건넸다. 이 사건을 조사한 북부서 이광섭형사는 "홍씨가 10여차례나 찾아와 꼬치꼬치 물을땐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다"며"나중에 홍씨의 진심을 안 뒤 '일부러 꼬투리를 잡아 종업원을 내쫓는 세상에 이런사장도 있구나'라고 감탄했다"고 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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