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불어 살고 나누니 참 좋다

"엄마, 엄마, 어머니" 79년생으로 추정되는 정신지체장애자 문식이. 이 세상에서 할 줄 아는 단 한마디를 입에 달고서여성 자원봉사자 꽁무니를 따라다닌다. 누가 와도 여성만 보면 '엄마, 엄마, 어머니'를 불러대며,팔을 끌어당기고 뜻모를 사인을 보낸다. 처음 접한 사람은 당황하여 도망도 치지만 여러번 겪은(?) 이들은 으래 그러려니하고 다소 여유가 생긴다.

뇌성마비를 앓아서인지 아직도 꼬마 유치원생 키만한 김영미(24세)와 윤혜복(26세). 노래방 반주에맞춰 '아무리 돌아봐도 친구가 없네~'를 신나게 불러댄다.

돌다리봉사단(참길회 산하)이 지난 15일 고령군 성산면에 위치한 장애아동들의 보금자리 국제재활원(0543-954-4176)을 찾았다. 이들은 이날 원생 재경이, 박찬우, 최훈식총무, 김효수보육교사 등 8명의 생일잔치를 조촐하게 마련했다. 이날 생일을 맞은 8명은 돌다리팀이 준비한 피에로식 고깔모자를 쓰고, 작은 선물과 함께 축하를 듬뿍 받았다.

서울에 취직했지만 재활원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두어달에 한번씩 내려오는 정훈씨가 청.백팀으로나누어 게임을 시작한다.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오리게임도 하고, '산할아버지'에 맞춰 율동을하며 풍선도 터뜨렸다.

말없이 가슴을 내어 개울 이편과 저편을 이어주는 돌다리처럼 올해로 12년째 국제재활원을 찾고있는 이들은 주로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40여명. 한달에 두번씩 재활원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는이들의 활동은 '더불어 살고 서로 나누니 보기에 참좋다'는 말씀 그대로다.

"봉사활동이 좋긴 하지만 공부해야된다, 바쁘다면서 빠져나가는 이들이 많다"는 돌다리팀장 박정희씨. 장애인 목욕봉사, 사회적응훈련 등 할 일은 많은데 회원이 줄어들고 살림살이가 쪼들려 걱정이 많다.

여름산간학교를 꾸리는데 들 비용 장만을 위해 5월경 장애아들과 사랑의 음악회를 열 돌다리팀.장애라는 까닭으로 시린 가슴을 안고 사는 아이들과 오늘도 따뜻한 정을 나누며 하루해를 마감한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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