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물꼬 텄지만 곳곳 걸림돌

여야가 추경예산안을 JP총리 인준안과 분리키로 합의함으로써 경색정국에 대화무드가 일단조성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처리 방안 등에 대해선 양측간 이견이 여전히 맞서 대타협을 이루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대행과 자민련 구천서(具天書),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총무는11일 오후 국회에서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 주선으로 회담을 갖고 추경예산안을 정치 현안들과 분리,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 '총론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이들은 각론 부분 특히, 국회 심의과정과 시정연설에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를 출석시키느냐 여부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

한나라당은 JP총리 불가라는 당론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JP 출석에 반대했다. 이한동(李漢東)대표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정치현안때문에 민생을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도 김총리서리의 용퇴를 거듭 촉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당사자격인 자민련측은 JP의 시정연설 등을 허용하지 않는 한 추경예산안의 분리처리에 응할 수없다는 입장이었다. 자칫 JP용퇴론쪽으로 여론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총무회담에 앞서 열린 당무회의와 의원총회때만해도 이를 원천적으로 반대했으나, 김총리서리로부터 분리처리에 응하라는 연락을 받고난 뒤에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진통을 겪었던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경색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여야할 것 없이 비난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됐다는 점에서 대화를 위한 분위기는 조성된 셈이다. 한나라당 이대표가 분리처리를 수용한뒤"경색정국을 풀기 위해 어떤 수준의 대화도 거부할 필요가 없으며 중진회담도 필요하다고판단되면 언제든지 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히게 된 저변에도 이같은 상황이 자리해 있는 것이다.

자민련 역시 JP 국회출석이란 단서를 계속 고수하기가 편치 않다. 비난 여론외에도 공동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국민회의와의 공조 균열까지 우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거론되고 있는 절충점은 시정연설과 관련, JP가 국회에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대신한다는것이다. 이는 한나라당측 요구대로 재정경제부장관이 시정연설을 할 경우 빚어질 수 있는총리서리 위헌론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예산안 심의과정에 김총리서리는 물론 관계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하지 않는 방안도검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절충이 이뤄지더라도 예결위 구성을 둘러싼 난항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위원장인선과 관련, 여당측은 관례에 따라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인 만큼 자신들 몫이라고 응수할 것이다.

추경예산안 합의가 정국 해빙으로 이어질 지 여부는 13일로 예정된 3당 총무회담에서 일차적인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같다.

〈徐奉大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