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섬유업 경기동향과 전망

섬유업은 호황인가. IMF구제금융 신청이후 금융위기는 전 산업에 휘몰아 치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을 강요당하는 것은 예사고 퇴출위기에까지 몰려있다. 그러나 섬유업은 'IMF태풍'으로부터 비껴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율상승 덕을 톡톡히 보고있다는 것이다.섬유업은 과연'누워 크는 콩나물'일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복잡다단하다.

환율상승의 여파로 섬유업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바이어들의 후려치는 값에맞출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을 회복한 징후다. 그러나 지역 섬유업계 관계자는'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섬유업은 다른 업종과 달리 IMF이전에 이미 상당히 고통스런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한계기업이 정리당했다. 여기에 환율상승이란호재를 맞은 것이다.

하지만 섬유업도 극심한 경기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수출업종과 내수업종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 지역 화섬직물업계는 수출경기가 살아나면서 혈색이 되살아나고 있다. 반면내수업종인 면직 및 모직물, 메리야스 업계는 내수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화섬직물업계의 사정도'장밋빛'만은 아니다. 고환율과 유연해진 노동환경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호재가 적지 않지만 악재도 많다. 수출업체간의 과열 경쟁과 수입업자의 농간으로 제값을 받지못하고 수출하고 있다. 게다가 수출시장도 중국과 동남아에 편중돼 있다. (주)성안 등 일부 수출업체가 중동과 동구권 지역을 새시장으로 개척하고 있는 정도다. (주)삼아의 김태호 회장은 "지역화섬업계가 경쟁력을 회복하고서도 수출이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악재때문"이라고 전했다. 대구경북 견직물조합의 장해준 상무도 "지역 화섬업계가 그간의 구조조정으로 불황극복체질은 다졌지만 생존에 필요한 조건까지 갖춘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면직 및 모직물과 메리야스 업계는 거의 한계 상황에 놓여있다. 국내 의류업체들은 요즘 신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부터 세일에 나서고 있다. 극심한 내수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것이지만 면직과 모직물 업계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은 불문가지. 게다가 면직 및 모직물은 원면과 원모를 전량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달러값 폭등에 따른 원부자재값 상승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지역 메리야스와 양말업계는 거의 고사(枯死)직전이다. 양말과 메리야스는 대구가 기술본산지. 그러나 중국과 합작공장을 설립하면서 노하우가 모두 전수돼버렸다. 이 때문에수출시장을 중국과필리핀, 베트남 등지에 빼앗긴지 오래다.

더욱이 지역 메리야스 업계는 내수시장마저 지난93년부터 쌍방울·태창·백양 등 대기업에 모두내주고 5%남짓한 틈새시장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지역 메리야스 업계는 종업원이 20~30명 수준인 영세 업체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구경북 메리야스조합 박병기상무는"원자재값이 70%이상 올랐는데도 내수침체로 공장도가격 아래로 출하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반기나 연말쯤이면 지역 메리야스 업체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지역 염색업계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화섬직물업계의 주문 물량이 끊이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화섬업체들의 부도로 임가공료를 적지않게 떼였지만 화섬업체의 수출경기가살아나면서 주문량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 염색조합 이병홍상무는 "환율인상으로 염료값이 배로 뛰고 벙커C유 값이 지난해보다 60%나 올라 어렵지만 임가공료가 20~30%가량 올라 버티고 있다"며 "화섬업체가 제값을 받고 수출해야 염색업체의 형편도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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