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란 두사람 이상이 모여앉아 서로의 상반된 의견 제기와 질의답변을 쌍방향으로 주고 받으며 공감된 공론(公論)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어젯밤 열린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는 그런 의미로 볼때 대화라기 보다는 단방향 질의에 대해 해명과 설득으로 일관된 '짧은 연설'쪽에 더 가까운 얘기마당이 된 느낌을 갖게 된다.
어제의 대화 자리는 대통령 취임후 처음 가진 국민과의 공개적인 만남이란 점과 IMF 여파 와 정계 개편 등으로 나라전체가 어수선한 시점에서 열린 공론의 장(場)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기대효과는 매우 컸다. 김 대통령은 경제개혁에 대한 단호한 결의, 직전 대통령에 비 해 두드러지게 비교되는 폭넓은 상황인식의 수준, 그리고 2001년쯤엔 선진국으로 들어간다 는 꿈과 비전을 내걸어, 벼랑끝에서 초조히 움츠리고 있던 국민들에게 비교적 긍정적인 호 감과 안도감을 안겨 주었다는 점에서 일단 성과를 얻은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연설에서 외람되지만 세가지 정도의 질문을 더 던져야만 좀 더 분명해질 수 있 다고 믿어지는 논리의 모호함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긁다가 만 등처럼 어딘가 미 진한 구석이 남아 있다면 고개만 갸우뚱 할 게 아니라 한번 더 분명하게 되묻고 넘어가는 것이 지도자의 뜻을 보다 투명하게 알고 따르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선 2시간동안 쏟아진 질문중 '6.4 지방선거 이후 대량해고설'에 대한 질의는 아쉽게도 끝 내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1백23명의 정리해고 신청만 했을뿐'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재계에는 표를 의식한 정부측이 6.4선거 때까지만 해고를 멈추고 견디라는 보이지 않는 주문을 한다는 설(說)이 떠돌고 있다. 모그룹은 1개월 해고를 늦춰주는데 드는 인건비만도 3백50억원이 들지만 정부눈치때문에 선거 끝나기를 기다린다는 억측까지 곁들여 진 루머들이다. 사실이라면 경제개혁속에 아직도 정치논리가 숨어 있다는 무서운 얘기가 된 다. 김대통령은 이점에 대해 사실이 아니면 아닌대로 짚어 주었어야 했다. '6.4 해고연기설 사실인가 아닌가' 그것이 첫번째 질문이다.
두번째, 호남인맥의 편중인사에 대한 답변에서 '호남출신 인구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숫자 를 다 합치면 영남인구와 같다. 따라서 1급이상 고위직 분포에서 영남인사 31%에 호남인사 21%면 오히려 호남인맥이 적은것'이라는 설명은 아무래도 납득이 힘들다. 용의 눈물에 나 오는 태종 13년 당시 경상도와 전라도의 호수(戶數)통계자료에도 경상도가 4만2천2백27호일 때 전라도는 불과 2만 4천 73호로 거의 절반에 가까울만큼 인구 격차가 컸다. 세월이 지났 다지만 설득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어제 김대통령은 영남인사가 더많은 정부 1급이상 장.차관 분야의 분포도표만 갖고 나왔다. 그러나 소위 핵심 권력부처인 안기부(75%), 청와대(33%), 국세청(50%), 검.경찰(45%), 감사 원(50%) 고위직에는 호남인사가 월등하다. 설득에 유리한 자료만 보여주고 불리한 자료는 투명하게 안 밝히는 설득은 설득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왜 좀 더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했는가'그것이 두번째 질문이다.
세번째 질문, '정계개편(여당의원 다시 빼오기)은 과연 국민여론인가'정계개편의 불가피성에 대한 김대통령의 설명은 야당이 경제 개혁과 국력회복을 위한 입법 등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니까 본의 아니게 정계개편을 해서라도 과반수의석 확보를 할 수 밖에 없고 국민여론이 그렇다는 것이었다.
국민여론이 안정된 정치속에서 IMF극복과 경제회복을 원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세불리기 정 쟁으로 날을 보내며 정치개혁이 지지부진하고 있는것은 여야 어느 쪽 탓이 크든 국민이 원 하는 진정한 여론은 아닐 것이다. 걸핏하면 국민여론을 들먹여온 낡은 관행이 되살아 나서 도 안된다. 취임 1백일도 안된 지금 아직은 대통령의 열의를 존중하고 성공적인 개혁을 함 께 기대하는 마음으로 성원을 보내드릴 때라 우선 세가지만 질문을 드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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