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와서 '낙후된 북부'란 말을 훨씬 자주 듣게 된다. 대체적으로 산업화 도시화가 덜 돼문화 교육등 생활 전반에 불편과 불이익이 많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필자는 낙후된 이곳에서 오히려 쾌적함을 느낀다.
우선 맑은 공기가 좋다. 간혹 청송 봉화 영양같은 곳에 갈때면 대구도심의 지독한 매연을떠올리며 이런 청정한 공기를 마시고 사는 것이 생기(生氣)있게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은 가는 곳마다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수돗물은 그대로 마셔도 뒤탈이 없다. 뿐만아니라소양호와 함께 국내서는 수량이 가장 많은 곳중의 하나인 안동.임하호는 낙동강 발원지와더불어 21세기 물전쟁시대의 복덩어리요 무기가 된다.
사람답게 살 수있는 조건
왜 산업화 도시화가 더 잘된 곳서 살던 사람이 산업화 도시화가 덜 됐다는 지역에서 쾌적함을 느끼는 것일까. 도시인의 일시적인 농촌전원도시취향이 아닐까 반추해 보기도 하나, 그보다는 사람답게 살수있는 생명공동체 삶의 기초조건을 대도시보다 더 충족시켜주기 때문으로확신한다.
여기에다 이 지역을 더욱 값나가게 하는 것은 이곳이 다른 지역에 비해 IMF바람을 덜 탄다는 사실이다. 점심때 음식점에 가도 대구의 썰렁함과는 대조적이며, 퇴근길 대폿집도 손님들로 만원이다.
지역민들은 이같은 사정을 이곳은 애당초 개발이 부진한 농업위주의 낙후지역이어서 부도날공장이나 업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체념한듯 이야기 하지만, 농협 일반은행등 금융기관 사람들은 그때문에 여.수신고가 IMF전이나 후가 별다를 바 없고, 돈의 흐름이 안정된 지역이라고 후한 점수를 매긴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IMF후 전국16개 광역자치단체의 '경제고통지수' 조사 결과 경북이2.0으로 고통이 덜한 상위지역으로 나타난 것도 이같은 사정과 무관하지 아닐듯 싶다.근착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한세기를 회고하고 21세기를 전망하는 대시리즈를 기획하면서미래 세계는 정보화 세계화로 획일.단일화된 지구촌이 되겠지만 자원고갈과 자연파괴에 대한 반발로 생태환경주의의 도전이 탈냉전후 인류사회를 위협하는 소수민족 갈등이나 원칙주의 광신도들의 위험 못지않게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우리는 해방후 최대의 시련인 IMF난국을 극복해야 하는 동시에 21세기 글로벌세계를준비해야 할 고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대전환의 시기에 경북북부권이 아직 그런대로 건강한 환경을 지니며 IMF한파에 덜 흔들린다는 사실은 이 지역의 이점이며 다음 세기준비의 유리한 기회가 아닐수 없다.게다가 인구 3만∼20만의 소도시들이 거대 공룡으로 이미 병든 도시가 돼버린 서울같은 매머드 도시들보다 변화의 시대에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경북북부권의 미래는 이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는데 달려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실학자 최한기의 외침
조선말 실학자 최한기(崔漢綺)는 외침으로 나라가 빼앗길 국난의 시기에 자기아집에 빠져집안 단속만을 걱정하는 좁은 안목의 양반지도층에 대해 '변화의 시대엔 변화로써 대처해야한다'고 역설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아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경북북부지역 사람들 스스로가 '낙후된 북부'란 부정적인 말을 자주 쓰고 그러한 사고위에서 모든일을 도모하는 것은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덜 진취적이고 반미래지향적인 태도가 아닐까 싶다. 최종성〈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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