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미 흰기러기떼 생태계 야금야금

불개미떼를 방불케하는 흰기러기떼(snow geese)가 북미 생태계를 파괴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흰기러기는 조류 중에서도 번식력이 가장 왕성한 종 가운데 하나. 북미지역의 흰기러기 숫자는 30년전 80만마리 정도였으나 현재는 무려 6백만마리로 추산되고 있다. 해마다 약20만마리씩 증가한 셈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농산물 풍작이 큰 원인을 제공했다. 중부 대평원에서 멕시코만연안에 이르는 미국의 곡창지대가 기러기들에게 무제한의 식량을 공급, 캐나다의 겨울을 견딜 수 있게해주는 것이다.

흰기러기떼는 매년 봄 북미 남부에서 캐나다 북극지방의 여름둥지로 떠났다가 겨울이 되기전에 돌아온다. 이때 툰드라지대를 황폐화시키고 지표식물 대부분을 먹어치워버린다.실제 허드슨강과 제임스만 전역의 1천2백마일에 걸친 습지 가운데 1/3이 흰기러기떼로 인해완전히 파괴됐고 다른 1/3은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툰드라지대는 토양에 섞인 염분과 추운 날씨로 인해 일단 생태계가 파괴되면 복구에 수십년이 걸리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갖은 방법을 계획하고 있지만 확실한 방안을찾지 못하고 있다. 네이팜탄이나 독약을 사용하자는 의견, 군대를 동원해 툰드라지대의 흰기러기 알을 없애는 방법 등이 거론됐지만 제외됐다.

결국 수천명의 사냥꾼을 풀어 쏘아죽이는 방안이 채택됐다. 최근 수년간 사냥꾼들은 매년50만마리씩 흰기러기를 죽여왔지만 이번에는 더욱 대대적인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조류보호단체의 반발에도 불구, 올 겨울 북미 전역에서는 수많은 사냥꾼들이 기러기떼를 향해 수십만발의 총을 쏘아대는 진풍경이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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