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너지는 엔화...한국경제 동반추락 가능성

일본 엔화 환율이 달러당 1백37엔대로 올라서 6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폭락세는 엔화 가치 추락의 서막일 뿐 일본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지 못할 경우 달러당 1백40엔대까지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공통된 전망이다.

이같은 엔화약세는 구조조정의 긴 터널에 아직 진입하지도 못한 우리 경제에 큰 충격파를던질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는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 경제가 망가지는 세계화의 부작용을 그대로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엔화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우선 반도체, 조선, 가전 등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산업부문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불러와 수출에 상당한 차질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분석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백40엔대에서 1년간 유지될 경우 수출은 19억달러가 감소하고 수입은 4억달러가 감소하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0.3%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조세연구원도 엔화가치가 1% 하락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은0.12%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렇게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경우 현재 외자도입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외환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이 벽에 부딪치게 되고 따라서 최악의 경우에는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엔화약세는 실물부문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충격을 던져줄 전망이다. 최근붕괴직전의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주식값이 바로 이를 증명한다. 최근의 주가폭락은기업구조조정 시한이 다가오면서 기업의 대량 부도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측면도 있지만 엔-달러 환율의 상승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동반 상승으로 환율변동 리스크를 우려한 외국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엔화약세가 계속 이어지고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파업 움직임이현실로 나타날 경우 현재 1천3백원~1천4백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환율은곧 1천5백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투자가들이 환율의 추가하락을 예상하고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늦춰외자유입이 더욱 더뎌질 수 있다. 또 금리인하의 전제조건인 환율안정이 깨짐으로써 우리경제 회복을 위해 가장 급선무인 고금리의 해소는 물건너가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엔-달러 환율 상승은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권 국가의 경쟁력을 끌어내려 동남아 각국의 통화가치를 함께 하락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가격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게 될 경우 동남아 통화의 평가절하를 다시 불러오고 이는 또 우리나라의 평가절하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낳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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