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서양화가 신석필씨의 오랜 체취가 밴 대구시 중구 남산동 자택. 복잡한 시장 어귀인데다 묵은 세간도 발디딜 틈없이 늘어서서 생활의 편리함이나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좁은 작업실과 살림살이에 묻혀있던 그림들. 일년에 한차례씩 외국 친구들과의 그림 교류전을 가질 장소도 필요했다.
신씨는 최근 자택을 리모델링, '가정 화랑'을 마련했다. 회색 도심의 집속에 살구색 공간을마련한 그는 올초 외국 친구들과의 작은 그림 교류전을 집에서 열었다. 물론 부인이 간단한다과도 마련했다.
"친구들이 우편으로 보내온 작은 그림을 내걸고 담소를 즐기며 안방에서 국제적인 우애를다질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신씨는 집에서 여는 외국친구들과의 교류전이 일치감을 더해준다고 밝힌다.
한라건축 정호열대표는 청도 각북에 꾸민 전원주택으로 건축사 사무실을 옮겨버렸다. 전원형이라 비교적 넉넉하게 지은 집의 한켠을 회사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살림집과 전통 다원으로 개조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소민씨(31)는 임대료가 뚝 떨어진 중형 아파트를 비교적 싼 값에 얻어서 인테리어연구소를 차릴 예정이며, 포항의 산부인과 의사 하상호씨는 살림집을 병원과 화랑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치과의사 전응기씨도 정원이 있는 가정집에 치과를 꾸며 환자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선사하고 있다. 가구디자이너 이종택씨(계명전문대 교수)는 시청옆 사무실을 임대받아 아내와의 공간으로 꾸미고 작업장도 넣었다.
중구 삼덕동에 있는 레스토랑 'ㅂ'. 'ㅂ'레스토랑 주인 김송식씨는 관사이던 이 집의 기와와뼈대를 그대로 살리고, 담을 헐어 통나무로 자연미를 더한 레스토랑으로 꾸몄다.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일대의 살림집들도 이태리풍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한 곳들이 늘고 있다.이처럼 IMF 시대를 맞아 주거와 사무실 운영에 거품이 빠지고 있다. '집따로, 사무실 따로'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호황시절, 즉 지나간 시절의 추억으로 돌려야한다는 개념이 확산되면서 집에다 사무실을 차린 재택 근무자, 사무실에다 살림집을 차린 실속파들이 늘고 있다.하나의 공간을 두개의 기능으로 쓰는 IMF형 주거개념은 이미 서울에서는 대중적으로 확산되었으면서 이에따라 사무용 가구 생산업체들도 재택근무용 가구들을 생산해낼 차비를 하고있다.
IMS인테리어디자인연구소 권태경소장은 "낡고 오래된 건물을 헐고 새로 짓는 것보다 리모델링을 통해, 다기능으로 재활용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임대료를 줄이는 플러스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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