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로비의혹도 밝혀내기를

한달넘게 진행된 검찰의 청구 경영진 비리수사는 장수홍회장의 회사자금유용.공익사업자금횡령.재산은닉.비자금 조성규모등을 밝혀냄으로써 수사를 일단락 지었다. 우선 장회장이 회사로부터 빼돌린 자금이 1천4백72억원에 이른다는 검찰의 발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항간에 떠돌았던 소문보다 규모가 엄청난 데 경악할 수밖에 없다.

회사 돈을 마음대로 유용한 점도 그렇지만, 공익사업자금을 멋대로 빼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철도청등이 공동 투자한 (주)대구복합화물터미널과 서울왕십리역사 백화점의자본금과 시설분담금 2백35억원을 횡령 또는 변칙대여받은 것은 관련공무원의 묵인.유착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전철도청장이 구속되고 대구시 관할구청장이 입건되는등 공무원유착관계가 드러나 공직사회의 부패고리가 엄존하고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청구는 계열사인 대구방송의 지배주주라는 점을 악용, 방송사건물을 3백30억원에 담보 잡히고, 이 건물에다 방송사를 1백36억원에 전세들게 한 점등은 방송사를 자금조성의 방편으로활용한 전형적인 '장사꾼'을 보는듯해 씁쓸하다. 언론기관에 대한 인식수준이 그것밖에 안되는 가 싶다.

무엇보다도 비자금으로 조성한 2백13억원의용처(用處)가 규명되지 않은 것은 검찰수사의 한계인지, 계속수사로 밝혀낼 수 있을지, 검찰의 태도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불법조성 자금의일부를 회사나 종사자에 되돌려주는 조처를 취한것은 잘한 일이지만, 비자금이 어떤 용도로누구에게 흘러들어갔는지는 밝혀내야 할 것이다. 사실 청구가 대구방송 설립에 참여하고부터 정.관계에 대한 로비설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방송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당시 정권의 실력자들에 거액의 로비자금이 제공됐다는 설이 상당히 유포됐던 것이다. 아마도 검찰은 정.관계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적법절차에 의한 민방(民放)선정인지를 검증해야만 구체적으로 거명되는 정치인등이 '누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대표기업으로 자임했던 청구가 이처럼 경영진의 비리에 뒤엉켜 몰락의 지경에 온 것은 지역민의 자긍심에 상처를 줬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이 되었다. 지역민의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좌절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한번 정도(正道)경영철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많은 청구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알찬 기업으로 다시 일어설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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