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혼돈의 사회현실 신랄 비판

IMF 구제금융 시대를 맞아 개인의 의식을 날카롭게 고발하는 소설집과 장편소설이 나와 관심을 끈다.

대구 출신의 작가 박덕규씨(40)의 소설집 '함께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웅진출판 펴냄).문학평론가이기도 한 박씨는 분석적이고 설명적인 개성있는 문체로 우리사회에 해부와 비판의 날카로운 칼끝을 들이댄다.

첫머리에 놓인 '너무나 큰 지구'는 IMF 현실을 다루고 있다.

방문 글짓기 교사인 '그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마치 도둑처럼 찾아와 우리의 일상이되고 빠른 속도로 우리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며 생활과 의식 양쪽에서 무서운 파괴력을 보인IMF의 본질을 선명하게 포착하고 있다.

'단 한송이의 장미'는 돈에 의해 지탱되고 돈에 의해 유전돼온 우리의 교육현실과 그속에서성장해온 우리 정신의 본질을 추석뒤 선친의 산소에 성묘가는 다섯형제의 입을 빌어 극명하게 비판하고 있다.

박덕규 소설의 한가지 특징은 추리성. 대상의 부정적 핵심을 날카롭게 문제삼는 박덕규 문학의 특성을 더욱 강화해주고 있다. 박씨는 80년 '시운동'을 통해 문단에 데뷔, 시집 '아름다운 사냥' 소설집 '날아라 거북이인'등 10여권의 저서를 냈으며 현재 협성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윤영수(46)씨의 소설집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창작과 비평사 펴냄)은 전래민담을 패러디한 11편의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윤씨는 오늘 우리의 삶을 조명하기 위해 아무 의문없이 원작 그대로만 전승돼오던 전래민담이라는 낯익은 서사물을 빌려와 다양한 시점으로 뒤집어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낸다. 표제작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은 자린고비를 비웃는 전래민담의 정서를 뒤집는다. 자린고비는 최대한의 생산과 최대한의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자본주의적 삶의 논리를정면으로 거슬러 산 인물로 묘사된다. 이밖에 '동아줄, 동아줄을!'은 이해관계와 생장 배경이 제각각인 11명의 화자를 내세워 '여럿의 눈으로 보아야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윤씨는 96년 제1회 '현대소설' 신인상으로 등단해 소설집 '사랑하라, 희망없이' '착한 사람문성현'을 냈다.

윤일권(39)씨의 장편소설 '은어의 강'(새로운 사람들 펴냄)은 원자력에 대한 경각심과 환경파괴에 대한 위기의식뿐 아니라 그속에서 인간군상들이 어떻게 변질돼가는 지를 적나라하게보여준다.

"평화스런 산골마을 구남리를 배경으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오던 한반도의 한 내륙지역이 과학문명의 공세앞에 불과 몇년만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비장하게 그리고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윤씨는 어느날 우연히 기름을 뒤집어 쓴 바다새의 모습을 보고 환경재앙의 공포를 상상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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