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치 못하다고 뒤안에 버려진 못난이 콩씨가 비개인 어느날, 일제히 싹을 틔워 올리는 것을 보며 '성한 것'과 '상한 것'의 차이란 과연 무엇일까 되묻는다.
성치 못하다고 버려졌던 콩들이 '나 살아있어요'라고 소리없이 아우성치며 싹을 틔운 것처럼 온전치 못하다고 식구들조차 죽기만을 바랐던 1급 지체장애자 김한나양(29.대구효가대작곡과 1년)도 그렇게 살아있었다.
학교 문전이라고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한나는 고학으로 올해 효가대 작곡과 프레시맨이 됐고, 영덕 축산에 있는 한나의 집은 22~24일까지 작곡과 학생들의 워크숍 장소로 제공됐다."대학에서 늘 휠체어를 올려주고, 신세를 지는 학생들에게 워크숍 장소로 집을 제공하겠다"는 한나어머니 이삼란씨(55)의 제의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겨우 돌을 지내고 소아마비에 걸린 한나는 척추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한번 앉아보지도못하고 누워지내는 1급 지체장애자가 됐다. 병약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오징어를 말려 살림을 꾸린 어머니는 성한 아들공부 뒷바라지때문에 한나는 밀쳐두었다.
"내 손으로 차마 어쩌지 못하고, 죽어주었으면 싶었어요. 그런데 저 혼자 누운채 TV를 통해글자를 익히고, 도화지를 갖다주면 그림도 곧잘 그렸어요"
방바닥에 누워살 운명이었지만 세상원망 대신 강한 생명력을 잉태해나간 한나는 전남 모병원에서 자신과 같은 장애를 덜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치료를 받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어머니는 장사도 팽개쳐두고 3년동안 한나를 업고 다니며 원거리 치료를 다녔다. 최소한 앉기라도 하도록 척추에 플라스틱봉을 박기로 했다. 그래서 한나는 날씨만 궂으면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다. 하지만 앉으면서부터 한나는 문전에도 가보지 못한 학교를 그리며 '스스로 학업'을 시작했다.
"한꺼번에 오래 공부하기 힘들어서 시름 시름 계속 공부해요"
한나는 20세에 처음으로 초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어서 중졸, 고졸자격까지 내리합격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피아노도 배웠다. 오른쪽 새끼 손가락이 마비돼버려 볼펜에 손가락을끼우고 피아노를 친다. 고무줄을 감지않으면 금방 볼펜이 빠져버린다. 그렇게 배운 피아노로축산교회 성가대 반주를 맡았다. 요즘도 토일요일이면 성가대 반주를 빠뜨리지 않는다.96년부터 이숙자씨(전 기독음대 교수·팔공소롭티미스트 회장)가 영덕까지 내려와 화성악청음 작곡 등 음대진학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개인교수해주었고, 입학을 앞둔 3개월간 종일함께 공부하며 진로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한나는 두번째 도전끝에 '여대생'으로 첫학교공부를 시작했다.
마비된 손으로 피아노를 가르쳐 푼푼이 모은 돈으로 자취방을 얻고 등록금을 냈다. 형편이어려워 집에서 학비·생활비를 대기 어렵자 이씨는 소롭티미스트 장학금을 전달한데 이어재학중 식사비도 제공키로 했다.
"기어서라도 계단을 올라가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음대 친구들이 휠체어를 들어올려주고 잘 도와준다"는 한나는 교회음악을 전공, 평생을 봉사하며 살려는 고귀한 꿈에 한발자국씩 다가서고 있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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