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잇단 파산…낙농 현장-까맣게 썩고 있는 '하얀 우유'

키우면 키울수록 손해본다는 낙농가들. 경북도내 낙농가구는 작년3월 1천8백28가구였던 것이 작년말 1천6백34가구로, 지난 3월말 현재는 1천5백47가구로 무려 15.3%나 줄었다.원유 소비량도 생산량 5백24t의 78%에 불과, 하루 1백12t이 남아 내다 버리고 있는 실정.영주시 평은면 지곡2리 장우규씨(60)는 요즘 낚시가방을 메고 안동댐을 찾는 일이 부쩍 잦다. 사료용 옥수수 대신 한약재인 백출을 심은 밭에 나가 할일이 많지만 도무지 기분이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7년동안 젖소를 먹여오던 장씨는 지난 3월 어미소 30마리를 포함 50마리를 3천5백만원을 받고 모두 팔아 넘겼다. 인건비는 커녕 사료값도 나오지 않는 일을 계속 할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장씨는 소를 처분해 받은 3천5백만원을 모두 빌린 돈을 갚는데 사용했으나 아직도 빚이 7천만원이 넘는다.

지난 93년부터 낙농을 시작한 권영한씨(57·영주시 장수면 두전리 644의4). 젖짜는 소 22마리를 포함 55마리의 젖소를 키우고 있지만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한번 오른 사료값은 내릴줄 모르는데다 현찰을 주지 않으면 사료를 가져 올 수 없는 상황은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유회사는 원유가격을 올려주기는 커녕 제품이 안팔려 재고가 많다며 원유대금의 일부를 분유로 주겠다고 을러댄다.

젖을 짜기 위해서는 새끼를 낳도록 해야하지만 송아지값이 인공수정비에도 못미친다. 한번에 2만5천원하는 인공수정을 평균 3회가량해야 임신을 시킬수 있는데 송아지 1마리 가격은5만~7만원에 불과하다. 작년 6월 40만~50만원선에 거래된것에 비하면 80%이상 내린 가격이다.

"재고가 많은 분유의 가격을 낮춰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권씨는 기업이나 민간단체에서도 막바지에 몰린 낙농가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우유한잔 더 먹기 운동을 전개해 주길 바라고 있다.

하루 1t가량의 젖을 짜고 있는 김규환씨(40·청록목장·장수면 두전1리)는 지난 10·11·12일 사흘동안 짠 젖을 고스란히 옥수수밭에 버려야 했다. 원유를 가져가던 회사가 납품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집유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목장에도 새끼젖소가 60마리나 된다. 김씨에 따르면 새끼 젖소는 월 8만원어치의 사료를 먹어 치운다. 그러나 이 새끼젖소는 젖을 짤수 있을때까지인 24개월을 키워 팔아도 현시세대로라면 1백50만원 받기가 힘겹다. 사료비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경기가 회복돼 우유소비가 다시 늘고 소값이 오르지 않는 이상 정부라고 별다른 대책이 있겠느냐"고 한숨짓는 김씨는 우유의 유통과정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낙농가가 받는 원유 1ℓ값은 60원에 불과한데 완제품 우유가격은 도대체 얼마입니까"〈영주·宋回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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