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의 산물인가, 여전한 거품경제의 반증인가'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지난달말 1천만명을 돌파했다. 가입자가 많기로는 세계 다섯번째. 보급률은22%로 세계 10위다. 거리마다 물결치는 이동전화를 보면 본격적인 정보사회가 개막됐음을 실감하게된다.
하지만 1천만이라는 숫자 뒤에 가려진 사업자간 과당경쟁과 가입자의 허영을 들여다보면 씁쓸함이 더욱 크다. OECD 가입에 축배를 터뜨리던 우리 경제가 순식간에 IMF체제에 빠진 지금 이동전화 시장의 초고속 성장이 썩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국가적인 측면과 사업자및 사용자 측면에서 짚어본다.
◇중복.과잉투자
이동전화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84년 2만7천원이던 기본료는 현재 1만8천원이하로 떨어졌다. 2~8초에 20원이던 통화료도 10초당 26원이하로 내렸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3~5배 저렴한 수준이다.
단말기 가격도 지난 84년 무려 3백19만원이었으나 지금은 10만원안팎으로 폭락했다. 우리나라처럼 지하철 등 지하구간에서 통화가 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밖에 국민생산, 고용, 수출 등 여러측면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효과가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 아니 그이상의 비효율은 고의 혹은 실수(?)로 언급되지 않는다. 이동전화 서비스를위한 시설투자가 96~97년중 무려 4조원이나 이뤄졌고 올해도 2조4천억원정도가 투자될 것이라는전망만 내놓을 뿐 중복.과잉투자에 대한 지적은 없다.
지난 3월말 현재 5개 사업자의 기지국수는 9천56개. 중복투자의 표본이다. 도심이나 고속도로 등지를 지나다보면 수억원짜리 기지국이 한곳에 여러 개 모여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9천여개의기지국을 전국에 골고루 세우고 사업자들이 공동활용할 경우 첩첩산중, 무인도까지 진짜 전국통화가 가능할 것이라 말한다면 경쟁체제를 무시한 지나친 비약일까. 통신사업이 선투자가 필요한장치산업이라는 정보통신부의 주장도 그다지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는다.
◇실속없는 가입자 불리기
1천만 가입자시대를 바라보는 업계의 표정에는 미소가 없다. 가입자가 늘어난다 해도 도무지 채산성이 맞지 않는데다 이윤창출은 커녕 투자비용 건지기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장경쟁은 과당, 출혈을 넘어 사업자간 죽고 죽이기로 까지 이르렀다.
지난 96년말 3백18만명이던 가입자수는 지난해 10월 PCS가 시장에 뛰어든 후 폭발적으로 늘었다. 문제는 5개 사업자가 경쟁을 벌이면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퍼부은 막대한 자금이다.경쟁체제 이후 사업자들은 가입자 1명을 유치하기 위해 평균 30만원 안팎의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했다. 1천만명 가운데 3백43만명을 차지하는 PCS 3사의 경우 단말기 보조금만 1조원이상 투입된 셈이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도 지난해 10월이후 각각 1백만명과 50만명이 증가, 5천억원가까이 쏟아부었다.
그러나 가입자들의 월평균 이용요금은 2만6천~3만7천원. 단말기 보조금을 회수하는데만 1년정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수천억원대의 초기시설비와 광고비 등 각종 마케팅 비용, 운영비까지포함한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란 요원한 현실이다.
게다가 싼 맛에 가입했다가 비싼 요금 내기를 거부(?)하는 악성체납자까지 늘어 사업자들을 짓누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3개월이상 요금을 체납, 사용이 정지된 가입자는 1백만명 가까운약 10%에 이르고 체납정리를 강제할만한 뾰족한 수단도 없는 실정이라는 것.
◇유행의 정보화?
가구당 한대 꼴의 보급률로 본다면 이동전화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그러나내용을 놓고 들여다보면 문제는 다르다.
당초 업무위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동전화는 갈수록 개인용이 늘어 현재 57%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이동전화 사용은 96년이전 16%수준에서 지난 5월 27%로상승했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가 가장 많은 35.4%와 33.4%를 차지했고 10대 사용자도 20만명에 이르고있다. 특히 PCS가 시장경쟁에 가세한후 가입비가 낮아짐에 따라 최근 가입자의 60%이상이 10대와 20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나 젊은층의 필요를 무시할 순 없으나 가계에 미치는 부담만큼 필수적인가에 대해서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동전화 초기가입비는 10만원 안팎이지만 2~3년의 의무사용기간을 감안하면 월3만원 정도는 적지않은 요금이다. 또 배터리 교환이나 고장, 액세서리 등에 수시로 돈이 들고 신형단말기로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까지 합하면 유지비는 만만찮다.
때문에 불량고객, 이른바 장기체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 가입자의 연령하향은 이같은추세를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이는 곧 사업자 부실화와 국가적인 낭비로 직결된다. 과당경쟁의자제와 우량고객 확보전략, 사업자간 신용정보 교환 등이 강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우리나라는 길거리를 다니며 급한 연락을 할 수 있는 공중전화 시설이 어느나라 못지않게 잘 돼있다. 그러나 공중전화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이동전화를 꺼내들거나 길거리가 시끄럽다고 아예공중전화 부스안에 들어가 이동전화를 거는 사람도 없지 않다.
이동전화 1천만 사용자 시대를 맞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외형이나 유행의 정보화가아니라 진정한 정보화 사회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새롭고 진지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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