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린 중국 닫힌 중국-넘치는 가짜들

산동성 벽촌에 사는 한 노부부의 평생 소원은 TV를 한대 사는 것이었다. 어느날 할아버지는 평생 저축한 돈을 들고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며 먼 도시에 가서 흑백TV 한대를 사왔다.안테나를 설치하고 아무리 틀어봐도 검은 파도화면만 나타날뿐 영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밤새 틀어봤지만 헛수고. 결국 할아버지는 너무 속이 상해 자살하고 말았다.

개혁·개방 20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지금의 중국에선 돈벌이에만 눈이 어두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부 사람들때문에 불량·가짜제품이 범람, 많은 선량한 국민들이 갖가지 피해를 입고 있다.

'어떤 것에든 모두 가짜가 있다(什麻公都有假冒)'라는 속어처럼 거의 모든 상품에 가짜가있을 정도이다. 진짜인가? 가짜인가? 이 문제가 일상적인 문제가 돼버렸다.

중국의 대중적인 술의 하나로 얼꾸오쥬(二鍋酒)가 있다. 몇푼 안하는 술인데도 가짜가 횡행한다. 해로운 화학물질을 마구 넣은 탓에 가짜 얼꾸오쥬를 먹고 몸을 버리거나 심지어 죽은경우도 있다한다. 유명한 마오타이쥬(毛苔酒)도 가짜가 수두룩하다. 단골손님에게 진짜를, 뜨내기손님에겐 가짜를 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때는 국가적·외교적 행사의 단골술로 올라와 외교주로 불리기까지 했으나 장쩌민(江澤民)이 국빈을 초청한 만찬자리에서 가짜 마오타이쥬가 올라온 적이 있은후로는 외교행사에서 마오타이쥬가 사라졌다한다.

거리에서 파는 외제담배도 거의 어김없이 가짜. 하지만 남에게 멋스럽게 보이고 싶은 사람들중엔 굳이 가짜 외제담배를 사피우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같은 가짜 또는 불량물건은 금전상의 손해도 손해려니와 때로는 심각한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미용크림 등을 얼굴에 발랐다가 화상입은 것처럼 피부가 흉칙하게 변한 여성이 눈물흘리는 모습이 TV에 비쳐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스 순간온수기를사용하다 가스가 터지거나 전기순간온수기에 감전돼 죽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베이징 외곽에 매주 토·일요일 열리는 싱치텐(星期天) 시장. 중국가정의 고가구나 온갖 생활골동품들이 나와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시장인데 과거엔 진짜가 많았지만 지금은 90%이상이 가짜이다. 도자기에 진흙을 묻히거나 땅에 문질러 오래된 것처럼 속이기도 하고 화공물질로 퍼렇게 녹을 입힌 쇠붙이 장식물 등 눈가리고 아옹하는 물건들이 태반이다.또하나 대표적인 가짜문화의 하나가 위폐.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서점 등 어느곳에서든 고객이 1백위안, 50위안짜리 지폐를 주면 점원은 반드시 푸르스름한 불빛의 화폐검색기에 넣어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확인한다. 한 신사가 거지에게 50위안짜리 지폐를 주자 고맙다는 말도하기전에 돈을 번쩍 들어 햇빛에 비춰보는 모습을 풍자한 시사만화 등은 중국사회의 불신풍조를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자본주의를 채 알기전 돈맛을 알기시작한 일부 사람들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부욕으로 인해 이같은 가짜·불량상품 범람현상은 갈수록 교묘하고 심해지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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