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기초단체장의 탈당

경북도내 기초단체장들의 탈당행렬을 바라보는 한나라당 대구·경북지부 당사에는 다양한스펙트럼의 감정이 표출되고 있다.

'공천달라고 할 때가 어제같은데 당선증 잉크도 마르기 전에 가는구나 하는' 분노, '당소속14명중에 탈당한 이가 벌써 9명이나 되는구나'하는 당혹, '출마희망자들을 교통정리해 아예무투표 당선되도록 만들어 주었는데 남보다 먼저 떠나다니' 하는 황당함, '모 시장도 나간다는 말이 들리는데 갈테면 가라'하는 체념, '야당한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하는 슬픔…등등.탈당행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무에 전념하기 위해 야당 당적을 버린 것이라면 야당소속으로는 지역발전이 안된다고 보는 비민주적 발상의 소유자이고,사정을 피하기 위해 탈당했다면 단체장직을 수행할 도덕적,법률적 이유가 없으므로 사퇴해야 한다는 논리다.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지방선거 공천심사 당시 당선가능성을 우선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이니 자업자득이란 얘기에 30년 여당체질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기개를 잃어버린 탓이란 반성도 나왔다.앞으로 공천을 줄 때는 청렴과 소신, 그리고 무엇보다 당성(黨性)을 우선해야 하겠다는 얘기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로 나돌았다.

굳이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단체장들이 당을 떠나는 이유는 대강 알만하다. 그러나 속내를 손금 보듯 들여다보지 못했으니 뭐라고 딱 잘라서 재단하지는 않겠다.다만 야당을 떠났거나 여당에 들어갔다고 해서 혹여 있을지도 모를 비리부분에 대한 당국의사정의 칼이 비켜가서는 안된다는 점은 얘기하고 싶다.

이에 더해 초유의 정권교체기를 살고 있는 지역 정치인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뭔가를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민회의나 자민련은 단체장 몇명 빼간다고 해서 밑바닥 정서가 돌아오고 동서화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선 안된다.

한나라당도 여당 만능주의,사람 빼가기같은 한국 정당정치의 후진성을 배태, 조장한 데 대한책임은 도외시한 채 감정적인 여당 비난에만 열을 올려서는 발전이 없다.

여야는 여당노릇 제대로 하는 기량을 갖는 법, 야당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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