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축구대표 선수기용 능력보다 '의리'가 선임잣대로

프랑스에서는 축구 감독을 '선발자'라고 부른다.

재질있는 선수를 뽑을 전권을 부여받은 '선발자'는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대표팀을 최강으로만들기 위해 경기를 지켜보고 그중 나은 선수를 택해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98프랑스월드컵축구를 앞두고 감독에게 거의 전권을 부여한 한국도 감독을 '선발자'라고 불러도 좋았지만 상당수 축구인들은 결론적으로 전권부여가 시기상조였다고 평가한다.

축구인들은 이번 월드컵대표팀의 경우 인적 구성이나 선수 기용면에서 지연.학연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전권이 부여됨으로써 감독의 주관이 많이 반영되고 기술위원회의위상이 약화돼 특정 선수를 감싸고 돌거나 배척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

국제경기 경험이 많고 당장 보탬이 될 수 있었던 리베로 김주성이나 신홍기, 김현석 등이배제된 것은 한국 축구로서 큰 손실이었고 반면에 프로축구 D팀에서 2류로 평가받는 모 선수가 대표가 돼 별 이득을 주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대표팀의 경우 워낙 많은 축구팬들이 지켜보고 있어 대부분 잡음없이 지나가지만 청소년대표 선수 및 감독선발 등의 경우에는 지연.학연이 복잡하게 얽혀돌아간다.

선수단을 이끌 감독의 경우 특정 학교 출신의 득세를 막는다는 미명아래 나눠먹기식이 됐고개인의 국제축구 감각 보다 축구인들간의 '의리' 선택의 잣대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이렇게 뽑힌 감독은 자신을 선택해준 은인(?)들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 선수 선발시 부정이 개입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이런 사례의 대표적인 경우가 국제경기 경험이 거의 없던 모 고교팀 박모감독을 선임해 출전했던 지난해 세계청소년축구대회였다. 당시 한국은 브라질에 3대10으로 대패했다.이 대회후 박감독은 그간의 과정이 생략된채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쏟아지자 삭발하고 3개월여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채 두문불출해야 하는 참담함을 맛봐야 했다.

중.고교에서의 상급학교 진학 비리는 더 심각하다.

미래가 보이는 유망한 선수를 뽑아 상품성을 높인뒤 고교 또는 대학에 진학시키면서 중학교및 고교 지도자들은 일정한 대가를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더욱이 진학 과정에서 능력 잠재자들이 도태되고 돈있는 부모의 선수들이 살아남는 '유전생존, 무전 도태'의 법칙이 횡행하고 지도자들은 제대로 된 선수를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을망각한채 '돈이 되는' 선수를 쫓아다니고 있다.

그러나 98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의 축구 실상을 절감한 마당에 더이상 학연.지연.금전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

협회나 정부가 무엇을 해 주어야 한다고 요구하기 이전에 지도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선수를선발, 양성해야 한다. 자기의 본분을 다한 이후에 목소리를 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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