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상서여상2학년 남다른 이웃사랑 실천

18일부터 방학. 대부분 중.고생들은 학생부 성적 때문에 사회복지 시설을 찾지만 학생부 성적 관계없이 참 봉사자의 길을 걷는 학생도 많다.

대구 상서여상 2학년 8반 47명이 대표적 케이스. 이 반 학생들이 장애아동시설인 성보재활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 학급회의에서 학창시절 추억을 만들어보자는제의가 나왔던 것.

실업계라 봉사활동 점수에 연연할 이유가 없는 터라 '추억 만들기'가 제대로 될지 학생 스스로도 의심했었다. 하지만 옴짝달싹 못하는 장애인들을 본뒤 학생들의 마음은 달라졌다. 추억 만들기가 아니라 이들을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심정이 든 것. 공휴일이나 평일에도 수업만 끝나면 성보재활원으로 달려가는 친구들이 늘었다.

16일 오후 학생들은 음료수와 과자를 한보따리 싸들고 성보원을 찾았다. 차비를 아껴 먹을것을 사기 위해 40분이나 걸은 탓인지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이들은 가장 어린 장애아동의 방을 찾았다. 몸을 이리저리 틀고 알아 듣을 수 없는 소리를지르는 어린이들. 반가움의 표시라 한다. 목청껏 함께 노래하고 어린이들의 머리도 빗겨 줬다. 주현이(17)는 이곳 친구인 미순이(17)를 만나자 "보고 싶었다"며 얼싸 안았다. 잠시 떨어졌다 만난 형제나 친구사이 같았다.

힘든 가정형편을 원망하던 학생도 이곳을 찾은 뒤부터 자신의 처지를 탓하지 않고 열심히공부하게 됐다는 것이 담임 변혜정교사(30.여)의 얘기다.

저녁무렵 헤어져야할 시간. 이들의 눈에 어느새 '이슬'이 맺혔다. 성보원 직원 채명희씨(37.여)는 "확인서도 필요없고 그냥 어린이들과 놀다가겠다는 학생들의 말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었다"며 "이제 2학년 8반은 이곳 어린이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됐다"고 전했다.학생들은 3학년이 돼도 모임을 만들어 이곳을 계속 찾을 것이라 한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도 인연을 이어갈지 모른다.

변교사는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도 많지만 저보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다"며 "방학때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이웃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기회를 가졌으면좋겠다"고 말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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